어느 순간부터 스마트폰을 쥐고 누워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아무 생각도 하기 싫어졌다. 머리를 비울 때는 스마트폰만 한 게 없다며 sns, 포털, 직장인 커뮤니티, 웹툰, 유튜브 등 스마트폰 세상에 머리를 맡겼다. 하지만 늘 마지막엔 '또 속았다'는 후회가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되는 습관을 끊기 위해 라디오를 켰다. 라디오를 켜면 꼭 누군가가 내 옆에서 말하는 것 같다.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같이 있기 때문에 좀 덜 널브러지는 느낌이랄까.
라디오를 켜면 오늘의 남은 일과가 시작된다. 화장을 지우고, 세수를 하고, 빨래를 돌리고, 다이어리도 쓰고 별 것 아니지만 미루면 귀찮아지는 일들을 한다. 그 일들을 하며 차분히 생각을 비운다. 이때 라디오는 생각 비우기에 좋은 BGM이다. 느슨하게 움직이는 손놀림과 듣는 척하며 듣지 않는 귀. 약간 허술해지는 그 순간 방바닥에 늘어진 옷처럼 널려있던 생각들이 차분하게 한 곳으로 모인다. 옷을 개키듯 작은 생각들을 이리저리 나누며 다이어리에 오늘의 이슈를 적는다. 오늘 몸과 마음의 컨디션은 어땠는지, 내일 챙겨야 할 건 뭔지, 올 한 해 하고 싶었던 일들은 잘 챙기고 있는지 등 다이어리에 이런저런 일들을 기록하며 생각을 정리한다. 참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오늘의 나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생각을 관찰하는 일은 꽤 의미 있고 재밌는 일과다.
이 시간을 다시 찾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루를 닫는 나만의 신호를 찾지 못해 헤맸던 것 같다. 다시 찾아 기쁘고, 그게 라디오여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