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기 전, 애착 인형을 만들어 주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고 보니 인형은 아니지만, 십여 년 전, 친구의 임신 소식에 작은 담요를 선물한 적이 있었고 몇 년 뒤 친구로부터 그 담요가 아이의 애착담요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났다.
애착인형이 되었든 애착담요가 되었든 애착 뭐뭐라는 단어도 너무 귀엽고, 좋아하는 인형을 어디든 들고 다닌다는 아가들 이야기도 너무 사랑스러워서 나도 아이에게 애착 인형을 만들어줘야겠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국민 애착인형으로 불리는 토끼인형을 어렵게(?) 구매해 아이 침대에 올려두었다.
그 이후로도 아이가 토끼 인형을 안 좋아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다른 종류의 인형을 몇 개 더 사기도 했다.
그리고 아이가 태어나 300일이 넘어가는 지금, 안타깝게도, 아이는 인형에 크게 관심이 없다.
종종 인형을 만지작거리며 놀기는 하지만 애착인형이라고 불릴 정도는 아니다.
애착인형을 만들어 주면 좋은 이유 중에 하나는 잠자는 시간에 불안함이나 무서움을 달래줄 수 있다고 한다. 특히 분리불안을 겪는 시기에 애착인형으로 안정감을 느낀다고 하니 애착인형은 단순히 귀여움을 담당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 아이에게는 (아직까지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다.
대신, 아이에게는 애착인형이 아닌, 애착 엄마가 있다. (물론, 나다.)
출산 전에는 호기롭게 아이가 일정한 개월수가 되면 수면교육을 통해 분리수면을 하겠다고 마음먹었었다.
하지만, 출산 후, 이런저런 이유로 분리수면과 수면교육을 하지 못하고 있고, 남편과 돌아가며 아이 방에서 함께 잠을 잔다. 그리고 분리불안과 엄마 껌딱지 시기를 겪고 있는 아이는 잠을 자는 중에도 엄마인 내게 집착(?)을 한다. 손가락을 꼭 잡고 잠이 들거나, 자다가 옆이 허전하면 금방 깨버리는 식으로 말이다.
한동안 육아가 버거워 그런 아이의 모습조차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분리수면 까지는 아니더라도 신생아 때처럼 혼자 누워 자면 좋을 텐데, 왜 이렇게 나에게 치대며 잘까 싶고, 독하게 마음먹고 수면 교육을 못하는 내가 싫기도 했다.
어떤 날에는, 내 손을 너무 꼭 붙잡고 자는 통에 손을 뺄 수 없어 꼼짝없이 자는 아이의 얼굴을 한 시간 넘게 바라만 본 적도 있었다. 원망스럽게도 왜 그날의 나는 낮잠이 그토록 들지 않던지..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자던 날, 넓고 넓은 부부 침대에 홀로 누워 뒹굴뒹굴하며 자유를 만끽하던 그날따라 잠이 쉽게 들지 않았다. 늦은 밤의 여유를 부리고 싶은 것도 아니고, 놀고 싶은 것도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허전하고 쓸쓸해서 쉽게 잠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그날 한참을 아이 사진과 동영상을 보며 시간을 보내다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남편이 출근하고 아이와 단 둘이 남아 오전 시간을 보내고 오전 낮잠시간이 되어서야 지난밤의 허전함의 이유를 깨달았다.
아이에게 내가 애착엄마이듯, 내게도 아이가 애착인형, 아니 애착아가가 된 거다.
작고 따뜻한, 쌕쌕거리며 잠들다 내게 온몸으로 치근대고 비비며 아가 냄새 폴폴 풍기는 작고 작은 이 아이가 이제는 나의 애착- 인형 같은 존재가 되어 버린 거다.
그리고 하나 더 깨달았다. 아, 수면교육은 또 이렇게 기약 없이 미루어지겠구나...
아래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렸던, 애착엄마 사용 중인 우리 집 아가 사진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