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때였나, 한참 원더윅스* 로 늦은 저녁이 되면 아이는 자지러지게 울었다.
"왜 그래, 유강아 (태명; 글에서는 이름이 아닌 태명을 쓰겠다.) 왜 이렇게 울어. 너 대체 왜 그래."
30분 넘게 자지러지게 비명을 지르듯 우는 아이를 달래다 화를 내다 결국은 같이 울며 말했었다.
내 울음소리에 놀란 아이는 나를 보며 눈물을 그치고, 또다시 울기를 반복했다.
아이 앞에서 엄마가 함부로 울면 안 되는데, 그걸 알면서도 아이의 울음소리가 길어지면 달래다 화내다 결국은 내가 울어버리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노래를 부르면 아이가 조금 울음이 잦아진다는 걸 알게 되었다.
뱃속에 있을 때, 아이 아빠가 태교처럼 불러주던 노래도 불러주고, 낮에 같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에서 나오는 노래도 불러주며, 기억나는 모든 동요를 다 부르며 아이를 달랬다. 가사가 기억나지 않아 내 맘대로 가사를 만들어 부르기도, 더 이상 노래가 기억나지 않으면 내 마음대로 부르기도 했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나온 노래
"괜찮아요~ 괜찮아요~ 괜찮아요~ 괜찮아요~"
조용조용한 리듬과 반복되는 구절이 아이를 진정시켜 주는지 다른 노래보다 이 노래가 제일 효과가 좋았고, 그래서 9개월이 된 지금까지 종종 아이가 늦은 밤 지치도록 울면 읊조리듯 부르는 이 노래로 아이를 달랜다.
그리고 얼마 전,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그리고 작가의 숨겨진 글들이 여기저기서 회자된다.
그리고 나는 이 시를 발견했다.
괜찮아
- 한강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문학과지성사, 2013
인터넷을 통해 작가의 시 속 구절 '괜찮아'가 내가 부르는 노래와 같은 '괜찮아'라는 단어라서 왠지 모를 안도감 (마치 선배 엄마도 나와 같은 방법으로 아이를 달랬구나- 와 같은)과 뿌듯함 (고작 '괜찮아' 한 글자로 대작가와 동일시된 것 같은)에 집에 돌아온 남편에게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리고 남편에게 물었다.
"그런데, 이 노래 어디서 나온 노래지?"
"... 바람 불어도 괜찮아요~ 괜찮아요~ 그 노래 아니야?"
아.. 역시,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더라니.....
9개월이 된 지금도, 그리고 몇 시간 전에도, 이앓이로 추정되는 고통으로 30분 넘게 아이는 비명을 지르며 울고 또 울었다.
나는 오늘도 주문을 외우듯, "괜찮아요. 괜찮아요. 우리 유강이 괜찮아요."라고 노래를 부른다.
2024. 10.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