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크레더블 2>, 세상을 지키는 가족.
기분이 우울한 날에는 애니메이션을 보자. 꿈과 희망이 가득하고, 재미까지 보장되니 웬만한 장르보다 성공률이 높다. <코코> 이후로,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본 애니메이션이다. <인크레더블>을 보고 가면 더욱 재밌게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친절한 장르인 만큼 전작을 보고 가지 않아도 충분히 재밌다. 기술의 발전으로 액션은 보는 맛이 더해졌고, 시대의 발전으로 페미니즘 요소까지 진하게 들어갔으니, 눈치 빠르고 재치 있는 친구를 만난 기분이다.
누가 남자는 밖에서 돈 벌고, 여자는 집에서 살림하게 했는가. 편견은 어쩌면 일부 관객들을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겠다. 사실 저 편견은 깨진 지가 오래지만,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라 하면 너무 ‘대놓고’ 표현하는 영화의 묘사 방식이지 않을까. 하지만 일라스티걸의 액션은 인크레더블에 뒤지지 않고, 집에 남아 있는 밥 역시 아내 헬렌 못지않게 최선을 다하니, 이 영화는 오락 영화로서의 재미와 감동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주체적인 여성 빌런의 등장 역시 반가웠는데, 그녀가 왜 화났는지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천재들은 너무 똑똑한 나머지 돌아버리기도 하니, 가볍게 넘어가기로 했다. 1편의 빌런은 영웅에 대한 질투심을 표출했다면, 2편의 빌런은 영웅을(혹은 무언가. 예를 들면 인스타, 유튜브, 게임 등) 기다리는 우리의 우매한 태도를 꼬집는다. 우리는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존재들이지만 영화 속의 빌런들은 나름 삶의 의미를 찾고 있는 듯하다.
숨어 지내던 영웅들이 1편에서 기지개를 켜는 듯싶더니, 2편에서는 완전히 부활한다. 물론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애초에 숨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물고기는 고마운 존재지만, 막상 웹툰 <조의 영역>처럼 커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영웅들은 멋있지만 그들이 우리 일상에 위협이 된다면 글쎄, 생각해봐야겠다. 하지만 우린 그들이 필요하다면 다시 박수를 보낼 것이다. 그러니까, 빌런 스크린슬레이버는 우리의 이런 약삭함을 꼬집고 있다.
남편에게 애들을 맡기고 세상을 구해야 하는 일라스티걸이나, 사춘기 딸을 위로해야 하는 밥이나 힘든 건 마찬가지. 하지만 세상에는 일라스티걸이 등장해야 하는 자리가 분명히 있고, 가정 안에서도 덩치 큰 밥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충분히 있다. 악당도 다 함께 무찌르고, 잭잭도 다 함께 돌보니, 억울할 일이 없다.
<인크레더블 2>에서는 일라스티걸의 활약이 단연 돋보인다. 우리는 어벤져스 시리즈의 '블랙 위도우' 솔로 무비를 몇 년째 기다리고 있지만, 일라스티걸의 솔로 무비는 예상외로 빨리 본 느낌이다. 하지만 세월이 지남에 따라 빌런들도 진화를 하니, 먼치킨 주인공이 전부 해결하고, 몽땅 때려잡는 시절은 지났다. 영웅들이 떼로 나와줘야 "아, 이 영화 좀 볼만하네"라는 생각이 든다. 익숙한 얼굴들과 새로운 능력의 뉴페이스들까지 총집합하니, 영웅물로 합격이다.
<인크레더블 2>의 신스틸러는 막내 '잭잭'이다. 초능력이 하나도 아니고 두 개도 아니고 세 개도 아니다. 잭잭의 능력이 터질 때마다 '이제 끝이겠지'라는 생각은 금물. 2편에서만 나온 잭잭의 능력은 공식적으로 17가지다. 1편과 2편이 바로 이어져서, 영화 속 시간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은 설정으로 시작된다. 14년의 기다림을 보답받는 건지, 놀림받는 건지 모를 기분. 만약 3편이 나온다면, 그때는 잭잭이 좀 더 자라 있으면 좋겠다.
애를 셋이나 낳은 부부가 여전히 세상을 구해야 하나! 인크레더블은 이제 세대교체해도 된다. 새로운 영웅들도 있고, 바이올렛과 대시 그리고 잭잭까지 있으니 말이다. 뭘 볼까 고민 중이라면, <인크레더블 2>를 보자. <미션 임파서블>과는 다른 귀여움이 가득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