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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박 Dec 31. 2018

나의 2018년 베스트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베스트


2018년이 간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고 습관처럼 말하지만 2018년은 정말 장난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리 힘들었어도 2019년은 온다.

이 글의 아이디어는 친구에게 제공받았다. 그 친구도 2018년의 베스트들을 뽑는다 했는데 뽑았을지?!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베스트들을 꼽아 봤다.








1. 영화

올 한 해 나는 개봉작 위주로 영화를 봤다.

지금 세어보니 [쥬만지:새로운 세계]부터 [아쿠아맨]까지 84편을 봤다.

많이 본 것도 적게 본 것도 아닌 것 같다. 나름 베스트3를 꼽아 봤다.

소소하지만 진하게 우려낸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어벤져스:인피니티 워]는 4차까지 뛰었고, [스타 이즈 본]은 보면서 엄청 울었고, [보헤미안 랩소디]는 싱어롱까지 다녀왔지만 비평가스러운 모멘트가 필요할 땐 이런 영화들이 좋다.

[소공녀]는 꽤나 판타지스러운 영화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나는 미소처럼 담백하게 살 수 없다. 물욕 가득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미소의 마음이 깨끗한 게 어찌나 부럽던지.

[레이디 버드]는 올해 내내 계속 내 마음을 맴돌았다. '사랑하지만 좋아하지 않는 가족애', '고향을 떠나 산다는 것', '엄마와 자신을 용서한다는 것'같은 이야기들이 나를 흔들었다. 그레타 거윅 감독의 인터뷰가 떠오른다.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이 했던 말을 복기해보면, 그가 말했죠. "모든 예술은 자전적입니다. 진주는 굴의 자서전이죠." 전 이 말이 진실을 세워나가는 법을 훌륭히 설명한다고 생각했어요.

[어느 가족]은 눈보다는 마음이 울게 되는 영화다. 삶과 삶이 마찰한다. 유리처럼 산산조각 나거나 깨지지 않는다. 찰흙처럼 뒤엉키고 뭉개지며 합쳐진다. 또 다른 형태의 삶이 된다. 그러니 가족은 헤어질 때 아픈 것이다. 이미 한 덩어리가 되었으므로.


그래서~ 굳이 하나를 꼽자면 [소공녀]를 꼽겠다.

셋 다 좋은 영화지만 난 미소를 제일 응원하고 싶다.









2. 시

올해 제일 좋았던 시를 꼽아보자. 영화는 올해 개봉작 기준으로 선정했지만, 시는 발표일 상관없이 올해 내가 읽은 시들을 기준으로 하겠다. 제일 좋아하는 시는 따로 있다. 그건 2018년의 베스트가 아니라, 언제나 베스트이기 때문에 묻어두겠다.

어려운 주제다. 괜히 진지해지고 무거워진다. 내가 하고 싶다고 말해온 일이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은연중에 영감을 받아 베끼게 될까 봐 시를 많이 읽지 않았다. 어리석은 선택이었지... 그래도 꼽아보겠다.

지금 너무 어려워서 자판을 치지 못하고 20분째 머뭇거리고 있다.

심보선 시인의 청춘으로 하겠다.


심보선 / 청춘

거울 속 제 얼굴에 위악의 침을 뱉고서 크게 웃었을 때 자랑처럼 산발을 하고 그녀를 앞질러 뛰어갔을 때 분노에 북받쳐 아버지 멱살을 잡았다가 공포에 떨며 바로 놓았을 때 강 건너 모르는 사람들 뚫어지게 노려보며 숱한 결심들을 남발했을 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것을 즐겨 제발 욕해달라고 친구에게 빌었을 때 가장 자신 있는 정신의 일부를 떼어내어 완벽한 몸을 빚으려 했을 때 매일 밤 치욕을 우유처럼 벌컥벌컥 들이켜고 잠들면 꿈의 키가 쑥쑥 자랐을 때 그림자가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가로등과 가로등 사이에서 그 그림자들 거느리고 일생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을 때 사랑한다는 것과 완전히 무너진다는 것이 같은 말이었을 때 솔직히 말하자면 아프지 않고 멀쩡한 생을 남몰래 흠모했을 때 그러니까 말하자면 너무너무 살고 싶어서 그냥 콱 죽어버리고 싶었을 때 그때 꽃피는 푸르른 봄이라는 일생에 단 한 번뿐이라는 청춘이라는











3. 물건

올 한 해 제일 잘 산 물건을 뽑아보겠다. 선물 받은 것은 제외하고 내가 산 것들로 꼽아본다.

옷, 전자기기, 문구류, 가방, 향수 등을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3가지는

몰스킨 노트 / 유니클로 청바지 / 에어팟 정도다.

셋 다 거의 매일 쓴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 최고를 꼽기가 어렵다.

몰스킨은 종이가 예상보다 얇아서 뒷면에 다 비친다. 하지만 양면을 꽉꽉 채워서 쓰고 있다. 종이의 질감도 좋고, 디자인도 심플하여 질리지 않고 만족스럽다!

유니클로 청바지는 굉장히 편하고 핏도 좋다. 추천받아서 산 건데 청바지 유목민에게 빛과 같은 존재였다.

에어팟은 편하긴 하다. 나는 혹시라도 에어팟의 배터리가 닳았거나, 갑자기 고장 나서 작동이 안 될 경우를 대비하여 이어팟을 들고 다닌다. 간단한 통화 정도는 에어팟으로 하지만, 긴 통화는 이어팟을 이용하는 편이다. 하지만 비 오는 날이나 옷이 두꺼운 겨울 계절에 에어팟은 아주 편하다.

셋 중 최고를 꼽자면 유니클로 청바지로 하겠다. 모델명은 하이라이즈 스트레이트진이다. 지나가시는 길에 보이면 한 번쯤 시착해보시기를....







4. 노래

편식 없이 들으려고 굉장히 노력한다. 올해 들은 노래 중에 가장 좋았던 것들을 꼽자면

candy wrappers - summer salt (친구의 추천)
이랑 -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아이유 - 마침표
황푸하 - 나그네

이렇게 네 곡. 넷 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이 들었다.

candy wrapper의 노래는 여의도 한강에서 처음 들었는데 그때의 분위기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여름이 가진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 아직도 이 노래를 들으면 그 날의 밤공기가 생각난다.

아이유의 팔레트 앨범에서는 '이지금'과 '마침표'를 제일 좋아하는데, 노래방에 가서 부르는 곡은 '이지금'이지만 자주 듣는 곡은 '마침표'이다. 하하.

황푸하의 노래는 우연히 건졌다. 노래 스트리밍 어플의 새로 등록된 곡들을 한 번 씩 들어보는 편인데, 처음 보는 가수의 앨범을 며칠 동안 통째로 돌렸다. 네 곡 중에서는 가장 최근에 발표한 곡이다. 2018년 10월에 발표했다. 앨범 전체가 다 좋다. 그중 '나그네'를 제일 많이 들었다. 마지막 가사 '나는 이제 존재하지 않아 그 누구의 기억 속에서도 나는 이제 영원 속으로 떠나' 부분을 듣기 위해 잠자코 기다린다.

최고의 곡은 이랑의 곡으로 하겠다. 가사를 필사할 만큼 좋았던 곡이다. 2016년 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노래를 듣다가 운 적도 있다.








주제가 몇 가지 더 있었는데 이 정도로 마무리해야겠다.

2018년 12월 31일이다.

글을 쓰는 중에 마지막 날이 도래했다.

새해맞이에 무뎌지고 있다.

하지만 2019년은 설레게 맞이해보려고 한다.

2019년의 일기를 미리 쓰지 말자.


한 해 동안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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