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하늘이 카랑카랑 울고
습기를 뭉친 구름 이음새
또렷해지는 이 무렵
매일 뜨고 지는
태양의 습관이 기울어
이국으로 떠날 채비를 하는 제비들
눈초리가 바빠진다
칼벼랑에 걸친 풀잎 애지
지탱과 흔들림 사이
다붓이 피어나는
내향적인 해바라기들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순간
고개를 돌리는 외면
어긋난 시선들이 아프게 겹친
지금은 책꽂이를 거꾸로 뒤집어
선반의 수평을 맞추어야 할 때
황그리는 녈비에
빗물 듣는 뜨락
어룽진 가슴밭 섧게 만든 그것
땡땡하고 떫은 집착이
풀썩 떨어져 멀어진다
청남 빛 바다 출렁이는 실금을 따라 걸으며
이미 지쳐버린 파도를
식어버린 눈길을
냉소적인 시간의 끈을
스르르 놓아준다
챙모자를 스쳐 지나는
바람이, 서늘한 처서 앞두고
* 녈비- 지나가는 비
가을이 다가오는 내 고향 바다
흰구름 생김새가 선명한 인상을 그려내는
하늘이 갑자기 거칠어지면서 울음소릴 냅니다.
그리곤 소나기가 지나갑니다.
무엇이 서러워 왈칵 눈물을 쏟는 걸까,
지켜보는 내 안에도 잔 물결이 일렁입니다.
해는 서서히 짧아져
계절이 모서리를 트는 이때
부쩍 말수가 줄어드는 입을 바라봅니다.
재잘거리던 제비들이 서둘러 떠나버린 빈 둥지에
서늘한 바람이 깃털을 날립니다.
칠월 칠석 밤하늘 먹구름에 가렸다 나타났다
변장술을 부리는 조각 달빛은
변해가는 이 절기의 드라마틱한 은유입니다.
해바라기들은 이제 방긋 피어났는데,
외면받는 시선 어깨가 처지고
고개를 떨굽니다.
간직할 추억이 희미해진 비망록
책꽂이에 꽂을 자리는 없습니다.
뒤집어엎으면
편평한 선반이 되죠.
마음의 평정심을 되찾을 때입니다.
애써 집착한들 무슨 소용인가요?
열정을 바쳐 더 뜨겁게 살아내지 못한
게으른 여름이 아쉬움으로 멀어져 갑니다.
지쳐버린 파도를 따라 걸으며
시간의 끈을 스르르 놓아줍니다.
후회 없이
그냥 그렇게
챙모자에 스치는 물보라처럼......
칠석 조각 달빛, 구름이 자개무늬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