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1일, 오디

by 남연우



강남 빌딩 숲

상전벽해 떠돌다 회귀한 뽕나무는

단풍 숲 외톨이

싱싱한 담녹색 이파리들이

뒤늦게 결실 맺은

오디 열매 쪽으로 샛길 내었다

목마른 유목민이 다가와서

새카만 과즙 한 알 삼킨다

남은 한 알은

뒤이어 찾아올 갈증 난 이에게 남겨둔다


어깨 뽕 가슴 뽕 부풀어

짬뽕 국물

넘치는 이 거리

뽕은, 빠지면 그만인 것을

뽕 거품이 가라앉은 모습이

진짜인 것을

누구 뽕이, 뻥인지

뽕나무는 안다

누에 입속에 들어간 뽕잎이

실크 견사 게워내듯

검푸른 입속에 들어간 오디푸스 오디 한 알

부서지고 깨지지 않는

흑요석 되어주오

속세 한복판

흡연구역 뽕나무 한 그루

고치에서 깨어난 늦가을 나비들을

날려 보냈다


저 멀리, 저 높이

눈이 부셔 헛바람 도는 나비 날갯짓

운명이 부는 차가운 휘파람에 휘청 추락사한다


20대 페인트공 공중그네가 헐겁다




10월 31일, 강남 한복판에서 만난 싱그러운 오디



강남에 볼일 보러 갔다가

점심 예약 시간이 남아 돌아서

근처 소공원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길가 쪽은 행인이 못 들어오게 테이프 둘러친 그곳


주말이라 인적이 없더군요.

벤치 옆에 어슬렁거리는데

유난히 녹음이 짙은 나무가 있었습니다.

뽕나무였습니다.

무성하고 윤기 나는 이파리 누에가 뜯어먹기 좋게

생장하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나뭇잎 그늘 속에 탐스런 오디 열매 두 알이 숨어있었습니다.


강남 속세 한복판 흡연구역 가까운 장소였는데...

사막을 헤매다 찾아온 오아시스

목마른 자를 위해 따먹기 좋게 맺힌 단물 외면할 수가 없었죠.

미세먼지 아랑곳없이

두 알 중에 새카맣게 잘 익은 오디를 따서 입에 넣었습니다.

새콤달콤 톡 터지는 과즙이 식도를 타고 넘어갑니다.

붉은빛이 감도는 한 알은, 이다음 찾아올 목마른 이를 위해

남겨두었습니다.


뽕에 대하여 생각해봅니다.

뽕이 과하면 뻥이, 됩니다.

약간의 양념 같은 화이트 라이를 지나쳐

뽕이 과하여 어깨 심지를 뚫고 나오면

저절로 진실이 드러납니다.


<불후의 명곡> 배우특집 최대철 배우가 부른

"겟세마네"를 시청하였습니다.

인간적 고뇌가 들끓는 죽음의 마지막 기도문!

사즉필생!

무명시절이 길었다는 그의 찬란한 비상을 보았습니다.


2% 부족한 필사적 의지는

필패의 운명일까요?

때를 못 만나면 꽃 피우지 못하는 그것

오디푸스에 빗대어 봅니다.

지난 9월 인천의 한 아파트 외벽 청소를 하던

20대 노동자의 추락사,

"그의 명복을 빕니다!!!"



대형 마트 장보고 계산대를 빠져나오려는 순간

평소보다 결제금액이 훨씬 더 초과되었습니다.

포인트 적립 앱을 깔아둔 지라

계산 내역이 안 나오더군요.

주차 바코드만 찍힌 수납 영주증 줍니다.

내역 영수증을 뽑아달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단감 10개가 40개로 찍혀있었습니다.

계산 착오 금액이 2만 원이 넘게 초과되었던 겁니다.

발끈한 소비자 따집니다.

"이거 사기 아닌가요?"


씩씩대며 집으로 돌아오는 어둑어둑한 저녁길

내 차선 잘 가고 있는데

옆차가 자꾸 경적을 울립니다.

한두 번이 아닌, 계속해서 여러 번.

창문을 살짝 내립니다.

옆차 운전석에서 소리칩니다.

"라이터 켜세요!"

헤드라이터 안 켜고 일몰 길 운전했습니다.

고개 까딱 "고맙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남의 차 앞길까지 신경 써주시는

친절한 시민이 있었습니다.

내 차가 고의적 스텔스 차량이 아님을,

어떻게 남의 실수를 알고 위험을 무릅써가며

충고해주었을까요?


이 모든 일들이 시월 마지막 주말에 일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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