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홀로 가는 길에
홀로 피어난 꽃
배웅하는 이 없이
마중 나온 이도 없는
무채색 벌판으로
새하얀 꽃 누르미 찍어가는 눈길
투명하게 내비치는 홍자색 핏줄
속마음 훤히 보이게
성냥불을 그어
환해지는 얼굴이여,
꼭꼭 숨은 얼굴이여,
멀리 떠나올수록 가까워지고
살갗 찬바람 스쳐
따스한 네 곁
얼음 속에 갇혀 있어도
고운 숨결 내쉬는
손바닥에 별을 움켜쥔 그녀
단칸방 겨우살이
차가운 그녀
2.
털모자를 쓰려무나
머리카락 흩날리지 않게
마스크에 묻은 새빨간 립스틱 자국
입술을 망가뜨리고 싶지 않아
더 또렷이, 더 진하게 그리고서
캐리어 가방 하나 달랑 끌고서
멀리 여행을 떠나려 해
아찔한 하이힐
피 흘리는 발톱쯤 아무렇지 않아
마스카라 속눈썹 위로
싸락눈 얹고서
밤을 새워 빙글빙글 솔로춤 추고 싶어
흩날리는 눈꽃
고리타분한 세상의 모든 길을 지우고 싶어
흘러내린 물방울은 깡그리 잊어버려
신생대의 숲 속 아침
시나몬 향기 카푸치노 한 잔
북극 난기류를 모른 척
빛나는 태양의 거품이 떠오르고 있어
나를 중심으로 도는 자전축 꼭대기
황홀한 녹색 광선 오로라를 마주칠 수 있다면
죽어도 좋아
검정 치마를 입고서 석 달 열흘
기다려도 괜찮아
내 이름은 라라,
시베리아 겨울꽃
겨울에 피는 꽃을 찾아서
찬바람 쌩쌩- 부는 길을 걸어갑니다.
새빨간 립스틱 바르고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 차창 밖으로 고개를 내미는
겨울 장미들을 바라봅니다.
움츠려 떠는 갸녀린 어깨
그러고도 바깥을 응시합니다.
아무도 지나가는 이 없는 계절
누구를 기다리는지...
풀꽃들도 아직 엎드려 피어있습니다.
실눈 뜬 채 햇빛을 쬐고 있습니다.
한뎃바람 오슬오슬 떨면서도
지상의 온기를 주머니 속에 넣어
손난로처럼 데웁니다.
겨울꽃은 귀합니다.
강인합니다.
끈기가 있습니다.
저항합니다.
실오라기 명줄 포기하지 않습니다.
패딩점퍼 입고서도 춥다 하는
사람들이 못났지요.
두 편의 겨울꽃 연작을 써보았어요.
추울수록 꽃등불 환히 밝힌 겨울꽃의 온기를,
멀리 여행을 떠나는 여인의
낯선 뒷모습을 통해
고리타분한 실존의 벽을 깨보려 하지요.
아무쪼록 겨울꽃들이, 다정다감 위로의 말을 전할 수 있기를!
브런치를 여러 번 관둘까, 생각했습니다.
이쪽 생리를 알게 되면서
마뜩지 않더라구요.
간판을 내려 폐업하고 싶은데
소수의 독자가 되어주신 분들께,
호흡을 가다듬어 올린 내 글이
그래서는 안 된다고 만류합니다.
글쓰기는 나의 즐거움
살아가는 기쁨
나의 숨결 그 자체입니다.
공감 팍팍 소통 많이 못해준 변명이라면
소심함도 한몫하겠지만
글의 질적 가치도 눈여겨보는
까다로움도 거들고 있습니다.
2021년, 연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올 한 해 제 브런치에 다녀가 주신 모든 분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