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남연우
겨울 호수로 나가보았다
물의 성질이 변해 있었다
고체가 된 물결이
상감기법 흰 구름, 문양을
구워놓았다
입춘 하늘을 날아온 왜가리들
고려청자 목에 걸린
물고기를 꺼내지 못해
허탈해한다
불로 지진 얼음 모서리
강물이 녹고
동결 보존된,
내 지난날의 기억 또한
허물어져 사라진다
박빙을 가르는 시간의 바깥에선
방패연이 날고
짧은 2월의 꽁무니를 비상한
철새들이
눈 덮인 시베리아 벌판으로 날아간다
시원해지셨나요?
2018년 얼려둔 얼음을 꺼내봅니다.
막바지 늦더위에 오슬오슬 소름이 돋는 얼음, 얼음!
"영하의 날씨가 얼려놓은 호숫가로 나가 보았다.
빙판 위로, 밤새 흩날린 1cm가량 백설이
엉겨붙어
상감기법 도자기 표면을 구워놓았다.
밤하늘에 흘러가는 흰구름무리
또는
얼음으로 뒤덮인 외계행성을 바라보는
두려움이 일기도......
나만 그런가?
걸음을 멈추고 얼음이 그리는 이 걸작품을
아무도 감상하지 않는다.
방한모자를 쓰고 빠르게 지나간다.
진귀한 예술은 자연에 존재한다.
인간은 모방할 뿐이다.
입춘인 한겨울
얼음이 빚은 결을 통해
마음의 결을 생각한다.
고운 결 남겨야겠다고! "
- 2018년 2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