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부도 가는 길

by 남연우

_남연우



물때를 마중하는 시간

함초가 흘리는 핏빛 갯골 깊숙이

쪽배가, 출혈 부위를 틀어막고 있다


바닷물로 다져진 진흙은 완충지대여서

조선백자 항아리의 입을 온전히 봉쇄한

찰진 인내를 인양하는 그 날

먹물 토한 벙어리 가슴 맑음 또는 쾌청


완행버스가 데려다준 제부도 목전에서

가난한 청춘을 들켜버린 연인들은

굴 껍데기 나뒹구는

젖은 바닷속 길을, 떠나기로 한다


멋쩍은 뒷덜미를 만지작거리는 남자

짧은 치마에 어색한 구두를 신은 여자

풋웃음 저 끝에서 밀물이 벌써 밀려들고 있다


어둠 가까이 출렁이는 바다가 굽은 허리를 편다

뜨거운 석양을 품어 해산을 고대하는 수평선이

원근법으로 날던 갈매기를 확 낚아챈다


오늘 하루 죽은 자들을 태운 새하얀 요트 한 척

명왕성 꿈의 바다로 부푼 돛 활짝 펼치자

밤새워 우는 섬, 어깨가 흥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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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부도에 다녀왔습니다.

함초가 흘리는 핏빛 출혈은 아직 이른 시기,

갯골에 콕 박힌 쪽배도 보이지 않고

새우깡을 사냥하는 갈매기들 날갯짓만 분주하더랬습니다.


갯가 데크길을 걸으며

뻘 바닷물 하늘이 세 겹의 톤을 달리 한 회색 지대를 바라보며

회색을 좋아하지 않는 나의 색깔을, 점점이 발자국에 찍었습니다.


섬을 휘 돌아서 돌아 나오던 몇 해 전

밀물이 밀려들기 불과 30~40분 전

섬으로 들어가는 바닷길을 걸어서 가는 연인들을 보았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차량을 이용해 씽- 들어가고 나오는 그 길,

(완행버스에서 내린 것 같았어요.)


남자는 뒷덜미를 긁적거렸고, 여자를 엄청 배려하듯 자세를 낮추었어요.

여자는 짧은 치마에 걷기 어색한 구두를 신고 있었죠.

그녀는 수줍은 미소를 짓고 있었어요.


굴 껍데기 덕지덕지 도롯가 표지석에 붙은, 불친절한 그 길은

길게 타래 틀어 그들의 빠른 통과를 재촉하였죠.

밀물이 밀려들고 있었으니까요..


이제 막 시작한 그들의 가난한 사랑이 결코 초라해 보이지 않았어요.

그들은 젊고

그렇게 담소를 나누며 걸어간 추억은, 두고두고 잊히지 않을 테니까요..


인근 전곡항에는 부자들의 애장품 요트들이 즐비하답니다.

새하얀 돛을 단 요트들이 그날 밤,

망자들을 태우고 푸른 하늘 은하수를 건너가면

밤새워 우는 섬은 어깨를 흥건히 적실 것입니다.


회색은 삶, 사랑, 죽음을 아우르는 묘한 빛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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