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 전후 마신 첫물
부르튼 입가 먼저 축이지
통나무집 여인숙
염치없이 잠든 손님들
나가달라, 흔들어 깨우지
삭풍 견디느라 후줄근해진
관절통이나 다스리지
뇌척수액 흘러든 정수리에
연두색 새봄 깃발, 냉큼 틔우지
오지랖도 병이라서
아픈 생살 후벼 호스 끼우고
수액 주머니 찬
환자 이름, 고로쇠
병실, 지리산 800-1400 고지
한 됫박 남은 마중물로
후유증 다스리는 회복기
저, 아스라한 직립 의지
-<<시와소금>>2022년 봄호 수록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3월 5일),
겨울잠 깨셨나요?
빛 한 줄기 들지 않는 캄캄한 어둠으로부터
뚜껑을 밀어 올려
화안한 바깥세상으로 한걸음 내디딤.
용기와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자의지,
껍질을 탈피한 주체만이 누릴 수 있는
기적일 겁니다.
이 무렵
자신의 이기를 내려놓고
이타적 희생을 하는
고로쇠나무가 있습니다.
성은 고
이름은 로쇠
자신은 헐벗어
가릴 것 없는 처지임에도
겨우내 시달린 나뭇가지에 물 한 사발 먼저 줘야 함에도
남에게 자신이 마실 물을 내어주는
거룩한 사랑을 실천합니다.
그 모습이
헌혈하는 헌혈자 같습니다.
멀쩡한 나무를 병자 만든 사람들이
이로운 수액을 취합니다.
생살 후벼 호스 끼우고
수액 주머니를 찬...
몸져누운 희생은 고사하고
아주 작은 이타적 행위 의로운 마음
가지고 싶어지게 만듭니다.
고로쇠나무들이.
자연은 언제나 무언의 약속으로 깨우치게 합니다.
이 시는
종결 어미 -지, 로 끝나는 지, 지, 지!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쓰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신라 말 풍수학의 대가로 알려진 승려 도선은 광양 옥룡사에서 참선(參禪)을 하고 지냈다. 하루는 오랜 수행으로 무릎이 펴지지 않아 나뭇가지를 잡고 일어서다 그만 가지를 부러뜨리고 말았다. 가지가 부러진 줄기에서 솟아나온 수액을 마신 도선은 신기하게도 무릎이 쉽게 펴지는 경험을 했다. 뼈에 이로운 수액을 뿜는 나무는 무엇일까.
이 나무의 이름은 고로쇠다. 승려 도선의 이야기에서 ‘뼈에 이로운 물’을 뜻하는 ‘골리수’(骨利水)란 이름이 생겼고, 지금은 그 말이 변해서 ‘고로쇠’나무로 불리고 있다. 실제 고로쇠나무의 수액에는 각종 미네랄과 마그네슘, 칼슘, 비타민 등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소화와 관절계통 질환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4대 미네랄로 불리는 칼슘(Ca)과 칼륨(K), 마그네슘(Mg), 나트륨(Na)이 수액 가운데 무기성분의 94%를 차지한다.
또 설탕과 유사한 자당(Sucrose) 성분이 1L에 16.4g 가량 포함돼 꿀물처럼 달지는 않지만 ‘살짝’ 단맛을 느낄 수 있다. 이 때문에 고로쇠나무의 수액은 숙취해소와 스포츠 이온음료를 대체하는 생체수(Bio-water)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게다가 단맛이 필요한 음식에 설탕 대신 고로쇠 수액을 넣으면 훨씬 산뜻한 맛을 낼 수 있다.
그럼 전설 속 이야기처럼 고로쇠나무에 구멍을 뚫으면 수액이 콸콸 솟을까. 지리산이나 백운산 등지의 남쪽지방에 많은 고로쇠나무는 절기상 우수(2월 19일)에서 곡우(4월 20일) 때까지 수액을 채취한다. 가장 많은 수액이 나오는 시기는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놀라서 뛰어나온다는 경칩(3월 5일) 무렵이다. 이 기간에는 고로쇠나무 줄기에 손가락으로 한 두 마디 정도 구멍을 뚫으면 누구나 달콤하고 시원한 수액을 맛볼 수 있다.
고로쇠나무 한 그루에서 수액이 나오는 날은 실제 5~6일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비나 눈이 내리거나 낮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날에는 수액이 나오지 않는다. 이는 고로쇠나무의 내부압력이 날씨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고로쇠나무가 자라는 해발 500~1800m의 산간지방에선 경칩인 3월 5일경 낮과 밤의 기온차가 15℃나 된다. 해가 지면 기온은 영하 3~5℃까지 떨어지고 땅에서 나뭇잎까지 물을 퍼 올리는 파이프인 ‘물관’의 부피가 팽창한다. 이에 뿌리는 땅속에 스며든 수분을 흡수해 줄기 안으로 보내려는 힘을 받게 되고 나무는 밤새 줄기 속을 물로 채운다. 낮이 돼 기온이 10℃ 이상 올라가면 물관에 채워진 물과 공기는 부피가 팽창해 밖으로 나오려는 성질을 갖는다. 이것이 고로쇠수액이다. 밤낮의 일교차가 작거나, 날씨가 흐려 낮에 줄기의 온도가 충분히 오르지 않으면 고로쇠수액을 얻을 수 없다."
[네이버 지식백과] ‘뼈에 이로운 물’ 골리수(骨利水)!? (KISTI의 과학향기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