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에 널브러졌던 몸을
반듯이 고쳐 세운다
더워서 못 했다는 핑계를 대지 않기로 한다
무더워서 미루었던 일들 하기로 한다
습기를 먹어 제멋대로 자란 곱슬머리를
가지런히 빗어 가라앉히고
바람에 실려 온 풀 내음 강물 내음
먼 데서 소식이 끊긴 친구 안부가 궁금하다
천천히 흘러가는 흰 구름에
집게로 걸어놓은 홑이불
눅진하게 젖은 돗자리도 말린다
지친 여름살이 흔적 들킬까 봐
회피 반응 보이던 빛줄기를
마주할 용기가 생겼다
걷기 좋은 신발도 꺼내 놓았다
한풀 꺾인 더위
한풀 꺾인 기세
내 오만함도 꺾일 때가 되었다
무르익으려면 기꺼이 무릎을 구부려야 한다
반팔 반바지를 접어 들이고
새로 꺼내 입는 까슬한 촉감의 가을 옷
경이로운 시간이다
새물이 들이친다
* 새물- 새로 갓 나온 과일이나 생선 따위를 이르는 말, 빨래하여 이제 막 입은 옷, 새로운 사상이나 경향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오늘은 처서입니다
처서, 발음하면 뭔가 처연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널브러져 구질구질한 습관 살림살이 싹 다 정리하여
새로운 마음과 각오를 다져
다가서는 가을을 맞이해야 할 것 같은 자세를 요구받습니다
바람결에
마른풀 내음, 갯내음이 밴 강물 내음도 나고요
탱글탱글 가볍게 바람을 타는 공기 알갱이처럼
바람 빠져 굴러가는 일상의 타이어를
빵빵하게 채워 넣어야겠습니다
좀 더 수용적인 태도
겸손한 자세
무릎을 구부려
낮은 자세로 귀를 기울이고 싶습니다
반팔 반바지를 접어 들이듯
옷장을 다시 순환시키듯
경이로운 시간이 오가는
이 절기,
새물을 먹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