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이복현
_이복현
주야로 당신을 수행하는 나는
당신이 지쳐 목이 잠길 때
대신 울어줍니다.
당신이 흔들릴 때 나는 웁니다.
당신이 쓰러질 때 나는 웁니다.
당신이 울 힘조차 없어 파르르 떨 때
나는 다급함으로 목메어 웁니다.
삼백예순다섯 날을 나는 당신 곁에 눕고
당신만을 바라봅니다.
사람들은 나의 울음소릴 눈 감고도 알지요.
당신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걸,
혹은 당신이 먼 데서 오고 있다는 것을,
지친 하루를 끌고 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것을,
내가 마지막 울음을 울 때, 그때야 비로소
당신이 가까이 와 있다는 것을,
당신이 슬플 때 나는 당신의 울음이 됩니다.
당신이 아플 때 나는 당신의 신음이 됩니다.
누가 나를 이렇게 운명처럼
당신의 목덜미에 달아둔 걸까요?
이복현_ 1994년 중앙일보 시조 백일장 장원 및 <시조시학> 신인상 등단
-2021년 <시와소금> 겨울호 수록
연말연시 길거리에 구세군 자선냄비 종소리가 들립니다.
청각은 시각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보이지 않아도 믿게 합니다.
고막을 울리는 진동은 가던 길을 멈추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일손마저 쉬어가게 합니다.
여기 목에 매단 방울이 있습니다.
가만히 숨을 내쉴 때도 "가르릉~" 떨립니다.
고개를 끄덕이거나 뒤돌아보거나
밥을 먹을 때에도
잔잔하게 진동합니다.
아무 일 없이
걸어갈 때는
평온하게 딸랑거립니다.
놀라서 뛰어가거나
배가 몹시 고프거나
감정이 격앙되면, 크게 크게 울립니다.
누군가에게 나의 불편함을 알리고자 합니다.
슬픔에 찬 눈망울이 눈물을 흘리며
어깨를 들썩이며
웁니다.
같이 울어줍니다.
아플 때는 낮은 주파수로 끙끙, 신음 소릴 냅니다.
마음을 견고하게 떠받치던 구조물이 무너져 내릴 때
지친 그림자를 끌고 오는 해거름
무거운 발걸음을
토닥토닥
진정 모드 파동을 그려줍니다.
두 눈을 감고서도
멀리서 천천히 다가오고 있음을
멀어지고 있음을
아는
당신은 누구인가요?
나의 마지막 울음을 듣고
가까이 다가오는 당신은 또 누구신가요?
나의 울음이 되고
나의 신음이 되는
나의 목덜미에 운명처럼 붙어있는...
2021년 마지막 해가 하늘에 지나가고 있습니다.
희로애락 모두 모두
썰물에 씻겨 멀어지며..
종소리가 울립니다.
이 모두 지나가리니,
끝없이,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