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

_ 이복현

by 남연우

_이복현



주야로 당신을 수행하는 나는

당신이 지쳐 목이 잠길 때

대신 울어줍니다.


당신이 흔들릴 때 나는 웁니다.

당신이 쓰러질 때 나는 웁니다.

당신이 울 힘조차 없어 파르르 떨 때

나는 다급함으로 목메어 웁니다.


삼백예순다섯 날을 나는 당신 곁에 눕고

당신만을 바라봅니다.


사람들은 나의 울음소릴 눈 감고도 알지요.

당신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걸,

혹은 당신이 먼 데서 오고 있다는 것을,

지친 하루를 끌고 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것을,

내가 마지막 울음을 울 때, 그때야 비로소

당신이 가까이 와 있다는 것을,


당신이 슬플 때 나는 당신의 울음이 됩니다.

당신이 아플 때 나는 당신의 신음이 됩니다.

누가 나를 이렇게 운명처럼

당신의 목덜미에 달아둔 걸까요?





이복현_ 1994년 중앙일보 시조 백일장 장원 및 <시조시학> 신인상 등단

-2021년 <시와소금> 겨울호 수록





20211231_094059.jpg 우리 집 부엉이 종



연말연시 길거리에 구세군 자선냄비 종소리가 들립니다.

청각은 시각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보이지 않아도 믿게 합니다.

고막을 울리는 진동은 가던 길을 멈추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일손마저 쉬어가게 합니다.

"그대로 멈춰라, 얍!"


여기 목에 매단 방울이 있습니다.

가만히 숨을 내쉴 때도 "가르릉~" 떨립니다.

고개를 끄덕이거나 뒤돌아보거나

밥을 먹을 때에도

잔잔하게 진동합니다.


아무 일 없이

걸어갈 때는

평온하게 딸랑거립니다.


놀라서 뛰어가거나

배가 몹시 고프거나

감정이 격앙되면, 크게 크게 울립니다.

누군가에게 나의 불편함을 알리고자 합니다.


슬픔에 찬 눈망울이 눈물을 흘리며

어깨를 들썩이며

웁니다.

같이 울어줍니다.

아플 때는 낮은 주파수로 끙끙, 신음 소릴 냅니다.


마음을 견고하게 떠받치던 구조물이 무너져 내릴 때

지친 그림자를 끌고 오는 해거름

무거운 발걸음을

토닥토닥

진정 모드 파동을 그려줍니다.


두 눈을 감고서도

멀리서 천천히 다가오고 있음을

멀어지고 있음을

아는

당신은 누구인가요?

나의 마지막 울음을 듣고

가까이 다가오는 당신은 또 누구신가요?


나의 울음이 되고

나의 신음이 되는

나의 목덜미에 운명처럼 붙어있는...


2021년 마지막 해가 하늘에 지나가고 있습니다.

희로애락 모두 모두

썰물에 씻겨 멀어지며..

종소리가 울립니다.

이 모두 지나가리니,

끝없이,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