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이 덜 여물어서 낯가림이 심하다
눈코입 빈 공간에 그려내는
무수한 표정을 읽지 못해
불편한 난독증,
가능하면 덜 읽으려 애를 쓴다
피다 만 풀꽃 움켜쥔 시골뜨기
숨바꼭질하는 장독대 뒤에
꼭꼭 숨어라
철 가면 하나 어디서 주문제작
구해다 쓰면 좋으련만
양말을 뒤집듯이
내색을 드러내는 이 얼굴
화장도 두껍게 바를 용기가 없다
파운데이션 한 통 비우려면
삼 년을 기다려야 한다
무른 속 내보였다가
거절당하고서
안과 밖 경계에 서서
주먹만 한 눈송이들을 맞았다
차가운 눈은 뜨거운 눈물이 되었다
작은 악감정으로 계란을 던지는
손에게 묻는다
달걀은 어디에 부딪히든 깨어지기 마련
내던지지 못한 그 손이 돌멩이 손
당신의 유리창은 이미 박살 났다
ⓒ 2022. (남연우) all rights reserved.
12월 11일 만난 꽃, 시들어가면서도 생생한 빛깔을 두 주먹 움켜쥐다. 겉과 속이 동일하기에 가능하다. 안은 어디까지,
바깥은 어디서부터 일까요?
안과 밖을 구분 짓는 경계는 어디일까요?
어딘가에 끼워둔 유리창이 있겠지요
덜거덕거리거나
꽉 닫힌 유리창이..
낯가림이 심합니다
어릴 적에는 외지인들을 경계하여
도시 사는 먼 친척이 찾아오면
문 뒤에 숨어서 인사를 대신하고
학교 선생님이 가정방문 동네 어귀에 나타나면
산으로 줄행랑쳤습니다
지금도 그 습관이 남아있어요
사람 간에 공통점은
낯의 두께가 아닐까,
본능적으로 아는 거죠
화장품이라도 덧발라서
얼굴의 두께를 키우면 좋을 텐데
영 내키지 않습니다
내 얼굴이 내 얼굴 같아야죠
무른 속 쉽사리 내보였다가
거절당한 적
무시당한 적 있지요
시골뜨기라서 더 그렇지 않았나..
그런 날에는
눈을 맞습니다
새하얀 눈은 안과 밖이 같아서
누굴 속이는 기만행위를 하지 않습니다
추한 모습도 깨끗하게 표백시킵니다
무심코 내뱉는 누군가에게로 향한 비난은
덜어내고
칭찬은 얹을수록 좋습니다
비난이 똘똘 뭉친 주먹손은
자신의 유리창을 먼저 파괴합니다
함박눈이 내리면
눈을 흠뻑 맞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