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남연우
웃고 있는 감을 보았나요
깨물면 표정이 일그러지도록
떫은, 단단한 감이
며칠 사이 한없이 부드러운 홍시가 되어
달콤한 속살을 내어줄 때
매일 홍시 꺼내 먹는 재미로
종이상자 안을 기웃거릴 때
점찍은 순한 눈 두 개
헤죽 올라간 입꼬리
감 하나가 빤히 올려다보며
환하게 웃고 있지요
높은 가지 끝에서
장대로 툭 건드린 상처마저
아물어서 웃고야 마는
아름다운 흉터를
먹지 못해 그저 바라봅니다
우리도 그러하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완벽한 스마일이라니...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사랑스럽지 않나요?
십여 년 전에 부모님이 이 무렵 감을 한 상자 보내주셨어요
숙성이 되면 홍시가 되는 감이었죠
언제 익을까 이제나저제나 익을 때를 기다리며 들여다보았습니다
열흘이 지나고 한두 개씩 물렁물렁해지더라고요
그날도 홍시를 꺼내 먹어야겠다고 종이상자 안을 열어보니
어떤 감 하나가 빤히 올려다보며 환히 웃고 있더라고요
다 익어서 달콤한 속살을 만들어놓고
어서 먹으라며 나를 기다린 듯한 모습
뭉클해서 먹지도 못하고 한참 동안 바라보며
흐뭇하게 미소 지었었죠
숙성, 익어감은 무엇일까요?
내 안에 고인 떫은맛을 우려내어
단맛이 들게 하는 것
자기 성찰,
용서,
관용,
받아들임,
측은지심,
사랑으로 완성되는
단순하고 순수한 치졸미稚拙美
요즘 이 감의 표정을 바라보며
위안을 얻습니다
저 눈코입은 분명 높은 나뭇가지에 걸린 감을 따면서
장대로 툭 건드린 상처이고
떨어질 때 아픔일진대
아물어서 웃고야 마는 거룩함을 봅니다
우리도 힘든 일이 있다면
'웃고 있는 감'처럼 웃어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