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아직 따스한

by 남연우

_남연우




가랑잎이 구른다

깔깔한 원형 그대로의 모습으로


웃음도 울음도 아닌,

발자국 무게만큼 부서지는 마지막 숨소리에

따끔한 경고가 들어있다


느슨한 삶의 밀도를 조이는

된바람에

노란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는 애기똥풀


짧아진 한낮의 귀한 볕이 모여

시린 손을 녹이며

여태 고운 금잔화의 못다 한 꿈을

귀 기울여 듣는다


최후의 순간에도 빛깔을 놓지 않는

꽃이 꽃다울 때

경건한 몰락은 무너지지 않는다

잠시 사라질 뿐이다


가장 낮은 자세로 엎드려

간절한 기도를 드리는 야생초들의

숨은 그림이,


쓸쓸히 퇴락해가는

풍경화 속에 꼭꼭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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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최근에 만난 꽃들입니다.



지난 주말, 낙엽이 쌓인 거리를 걸어보셨나요?

바람에 까랑까랑 구르다가

발걸음에 부서지는 낙엽 소리에

나의 한해살이는 어떠했는지.. 떠올리게 됩니다.


나뭇잎은 하염없이 떨어지고

달력도 단 두 장 남겨둔 지금

웃음도

울음도 아닌

씁쓸한 미소를 짓게 되네요...


낙엽의 따끔한 경고는 무엇을 말함일까요.

"모든 사람은 사라지기에 아름답다."는 말,

깊은 여운을 남기는 계절입니다.


추위와 맞닥뜨리며

꽃들이 피고 시드는 11월을 좋아합니다.

빛깔을 움켜쥐며, 천천히 시들어가는

꽃님들이

꽃다운 본연의 의지를 잘 보여주기 때문이죠.


잔향을 남기며

사라지는 것들은

몰락하지 않습니다.

우리 눈앞에 잠시 없어졌다가 다시 나타납니다.

뿌리의 힘으로, 씨앗의 의지로 다시 또다시..

그러므로 슬퍼할 이유 없죠.


나다움을 실현하기 위해 쓰는 글 또한

향기로 피어나면 좋겠습니다.


야생초들이 낮은 자세로 엎드리는 한,

지상은 그들을 품어

영원하죠.

보도블록 틈새, 나무 밑동 근처, 밭둑, 담장 아래

바람막이 되는 곳은 어디서나

겨울에도 파릇파릇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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