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스타일

by 남연우

_남연우



고무 타이어 파편을 무릎에 깁고 펑크 난 바퀴를 천천히 신논현역 방향으로 굴린다. 영하 10도 언 구두 발자국 찍어대는 출근길. 두 팔을 뻗쳐 손잡이를 한 걸음 잡아당기면 지난밤의 욕망이 버려진 땅바닥 요철에 바람 빠진 풍선처럼 질끈 묶은 바지가 쓰윽- 끌린다. 한 블록 포복하는데 꼬박 걸린 한 시간. 최저임금이,

새고 있다. 구멍 뚫린 소쿠리를 탓하는 ‘강남스타일’.


C컬 파마머리, V자 탑, 시스루 치마 두 겹 달빛을 휘감고 야생 재규어를 어깨 위에서 사육하는 그녀가 강남대로 레드카펫을 10cm 들떠 런웨이한다. 쇼윈도를 깨고 나온 그녀의 피부는 빤질빤질 플라스틱 소재, 새빨간 입술 사이로 흡혈 미소가 새고 있다. 오, 술이 덜 깬 아재들 시선 일제히 메다꽂은. 그래 바로 너 ‘강남스타일’.*


하늘에 미로를 설계한 강남역에도 산골 홍시가 매달렸다. 먼 혹성 되어 떠돌다 감나무 가지 끝에 내려앉은 유년의 기억 꼭대기를 쳐다본다. 낙엽보다 가벼이 무표정하게 떠밀린 내게 2B 연필과 마린 블루 물감을 골라준 그, 파도치는 물보라 빛 산호섬으로 이끄는데… 왼편 발바닥이 자꾸만 새고 있다. 어머, 부츠 통굽이 터져버렸다. 이 또한 ‘강남스타일’.



* 그래 바로 너 ‘강남스타일’: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가사 일부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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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s>> pixabay




추위가 막 상륙한 거리 겨울 아침은 언제 맞닥뜨려도 부적응 민낯입니다.

신논현역 버스 정거장에서 내려 강남역 방향 횡단보도로 가던 날도 그랬죠.

어쩌자고 그는,

영하의 언 땅바닥에 몸을 밀착시켜 기어가는 중노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무릎에 기운 타이어 조각은 펑크 나서 바람 빠진 상태.


질끈 묶은 바짓가랑이, 싸리 빗자루처럼 거리를 쓸어갑니다.

한아름 두 손을 뻗쳐 잡아당기는 한 걸음에

연민을 사는 감정노동과 육체노동의 결합을

구두 발자국 찍어대는 출근길 사람들은 철저히 외면하였어요.

최저임금도 못 버는 한 블록 고행길에

강남스타일은 구멍 뚫린 바구니 탓을 합니다.


그 길에서 두 번째 만난 사람은 잘 나가는 센 언니였죠.

그녀는 용감하게도 시스루 치마로 추위를 막아내고 있었죠.

어깨 위에는 값비싼 모피 숄을 두른 채 새빨간 입술 사이로

웃음이 새고 있었습니다.

지상에서 10cm 들뜬 그녀의 하이힐이 온몸을 던져 기어가던

실존과의 괴리를 말해줍니다.


볼일을 마친 시인은 강남역에서 홍시를 얹은 감나무를 만납니다.

빌딩이 그려내는 스카이 라인 아래 우뚝 마주 선 감나무 한 그루.

인정 많은 누군가가 살고 있는 거리임에 안심합니다.

딸내미 미술도구를 사러 들어간 화방에서 그러한 사람을 만납니다.

한눈에 예술가 분위기가 풀풀 풍기는 그는 친절하게도

아득하게 쌓인 물감 중에서 찾아 헤매던 마린 블루 물감을

콕 집어서 골라줍니다.

잠시 스쳐간 딴생각을 용케 알아챈 건 부츠.

굽이 터져버렸습니다.

너덜거리는 걸음으로 빠져나온 강남역 거리.

강남스타일은 잘 나가는 핫 스타일?

그냥 사람 살아가는 요지경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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