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돋이

by 남연우

_남연우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새해를

인디언 텐트같이 책상 위에 세워둔 채

카운트다운 해넘이 시각 ‘올드 랭 사인’을 듣는다


저 까마득한 암흑 우주에서 대기 중이던

시간의 심부름꾼들이

저벅저벅 걸어온다, 뛰어온다


부르지도 않았는데 다가오는 저들

나잇값을 꼬박꼬박 장부에 적어서 간다


외상장부에 올려둔 내 나잇값

차일피일 미루다가 쫓긴다

넘어진다


자고 나면 헌 해 되는 새해

매일매일 새해

일월성신은 언제나 청춘이어라


정동진행 야간기차를 타고

외상값 갚으러 간다


동시다발 일대일

해맞이하는,

해변의 붉은 해바라기들

영영 젊은 그들




다운로드 (3).jpeg 2021년 1월 1일 여수 일출



2021년 새해를 열기 위하여

저 바닷물이 활짝 열리고

태양은 밤새

암흑 우주에 등대처럼

자신의 몸을 태웠습니다.

오늘 떠오른 태양은

어제 태양을 분신한 결과입니다.


깨끗이 씻긴 새해 얼굴이여,

지상의 슬픈 울음 그치게 하옵고

어둡고 외진 응달에도

환희의 빛 내려 비추소서!


어제 라디오에선 올드랭 사인이 들리더군요.

너무도 조용한 연말

방송사 연예대상을 보고서야 실감되더군요.


인디언 텐트같이 접었다 폈다

세워진 새해 책상 달력

아직 꺼내놓지도 못했어요..

나잇값을 매기러 오는

시간의 심부름꾼들을

피할 방법이 없는 걸까요?


지금껏 해돋이를 보러 떠난 적은 없습니다.

일상의 창문 위로도 충분히

비추는 햇빛,

먼 곳으로 달려갈 필요를 못 느끼니까요.


어느 해부턴가

아버지는 고향의 바다 곁으로

해맞이 행사를 직접 나가셨습니다.

출렁이는 바다는 설레는 물결 드높이며

새해 출산을 핏빛으로 물들이며

진통을 한 후에야

옥동자 같은 해를 수평선 위로 띄웁니다.


해변에 선 사람들 물결 물결..

내가 바라보는 태양은 나만의 태양.

태양은 수많은 사람들 시선 하나하나 눈 맞추어

그들의 얼굴을 붉은 해바라기로

만들어줍니다.

그 순간 홍안이 돼버린 아버지의 모습은

더 이상 노인이 아닌

소년이 되는 겁니다.


그리하여

영영 Young Young 젊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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