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rdens by the Bay
_남연우
지상의 모든 꽃은 여기로 총집합!
어린 왕자의 별을 설계하는 바오밥나무를 지나
사막의 물을 죄다 빨아먹은 형벌로
가시 감옥에 수감 중인
선인장 숲을 지나
낙원으로 가는 계단을 장식하는
꽃의 정원에서
해지는 줄 모르고 놀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납작코 외겹 눈의
꽃들은
생김새 대신 치명적인 향기를 선택하였다
꽃향기를 따라서 공간 기억력이 복원된
오래된 시간의 어귀에 서면
느기적 느기적,
더듬이를 곤두세운 달팽이 한 마리가 안내하는
고대도시 바빌론의 육중한 철문이 열리면서
성탑 위로 쏟아지는 햇살은 생기로워
조화로운 문명의 첫인상을 완성한다
한 잔 술과 꽃의 위로는
죽은 자의 넋에도 필요한 것
빛을 삼키는 어둠의 식도 깊숙이 역류하는
슬픔이란, 익숙한 감정의 원형들이
기원전으로 출몰한다
**가든 바이 더 베이>>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에 위치한 공원
한겨울에 꽃구경 좀 해보세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인간의 감정을 함께 하는 꽃!
지상에 꽃이 없었다면 얼마나 황량한 별이었을까요?
세상에 못 생긴 꽃 없고
세상에 못 생긴 여자 없습니다.
비교해서 생기는 열등감이 문제죠.
향기마저 스민다면 아름다움은 배가 되죠.
가든 바이 더 베이는
공중정원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철제 계단을 따라 달팽이처럼 빙그르르
돌아가며 굽어볼 수 있게 제작되어 있죠.
기원전 바빌론에는 공중정원이 있었다고 합니다.
네부카드네자르 2세가 그의 아내에게 선물한 것이랍니다.
왕비는 평야지대인 바빌론에 적응하지 못하고
페르시아 북방 산악지대인 그녀의 고향 메디아를
그리워하였다죠.
그런 왕비를 위해 만들어진 불가사의 건축물
지구라트(성탑).
우리는 행복을 강요받는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기쁨보다는 슬픔이 더 많이 수반되는 생활의 저변,
꽃들은 슬픈 사람에게 살며시 다가와서
어떤 언어로도 대신할 수 없는
색채와 향기를 건네줍니다.
_ 최근에 읽은 <닥터 지바고> 중에서
어떠한 의식도 없이 오직 숨 막히는 적막만 감돌았고,
상실감이 손에 만져질 것 같은 적막 속에서 오직 꽃들만이
부족한 성가와 의식을 대신해주었다.
꽃들은 단순히 향기를 뿜으며 피어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합창처럼, 어서 흙으로 돌아가라고 재촉하는 듯이 향기를
뿜어내고 있었고, 마치 무슨 의식을 거행하는 것처럼
향기로운 힘을 모두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식물의 왕국이 죽음의 왕국에 가장 가까운 이웃이라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아마도 대지의 푸름 속에, 묘지의 나무들
사이에, 화단에서 솟아난 꽃망울 속에 우리가 풀고자 하는
변화의 비밀과 생명의 수수께끼가 담겨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