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남연우
젖은 외투 단추
곱은 손으로 힘겹게 채우고
속주머니 찰랑 부딪는 동전 한 닢
들어있지 않아도 초라하지 않은 사람
살갗 소름 돋는 추운 모습
벙어리장갑 손길 건네면
움츠리는 몸짓 한발 물러서서
먼 시선으로만 사랑을 하는 사람
속살에는 칼바람 끝 맑은 별빛 눈동자
휘파람 불고 서서
성에 낀 아침 창에 안녕, 인사를 하는
뒷모습의 여운을 간직한 사람
겉과 속이 하얀 순수의 죄를
눈물로 녹여내는 그에게
잔인한 운명 탓이라며
돌아서서 싸늘한 수직 벽에 등을 기대면
진한 향기로 발효하는 지난 추억들
스웨터를 껴입고 거리를 걷던
어느 눈 내리는 은빛 겨울
길 잃은 내 마음속 길을 내어
뚜벅뚜벅 걸어오는
하얀 눈사람
털이 곱슬곱슬하고 노르스름한 잿빛 뱟카산 말이 끄는
눈썰매를 탄 지바고와 라라,
그들의 은빛 겨울왕국 바리키노로 떠납니다.
짤랑짤랑 울리는 방울소리 들으며...
새하얀 마법으로 하룻밤 새 변한
세상 위로
눈사람이 걸어갑니다.
온통 흰 눈을 뒤집어쓴 눈사람이.
표리부동한 사람들이 넘쳐나는 가운데
눈사람은
겉과 속이 하얀 순수의 죄로
아파합니다.
눈물로 녹여냅니다.
깨끗한 감성의 차가운 피가 흐르는
눈사람 같은 사람들.
그들이
길을 냅니다.
길 잃은 내 마음속으로도.
- 이 시는 서른 후반 지었어요.
사진에 찍힌 스노우 맨도 그때 겨울 만들었구요.
잘 생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