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남연우
나무는 흔들리는 만큼 올곧다
폭풍우 불 때마다
땅을 짚고 버티던 나뭇가지
부러져나간 겨드랑이에
계절병 황달기가 걷히고 나자
숨어있던 이방인이 나타났다
딱 봐도 혈액형이 다르고
유전자감식이 필요 없는
아기 침엽수 한 그루가 포대기에 싸여
은행나무 등허리에 업혀 있다
저 겨드랑이에서 무슨 젖이 나오길래
보채는 울음소리, 가시처럼 찔려가며
입양한 아기를 늘그막에 키우는지
엉덩이 몽고반점이 사라질 즈음
매정하게 파양을 하지 않는다면
거목은 두 쪽으로 쓰러지고 말 것이다
누가, 저 유별난 사랑 좀 말려주오
덕수궁 미술관 앞에 서있는 은행나무입니다.
늦가을,
은행잎을 샛노랗게 떨군 늙은 나무였어요.
시선을 들어 올린 순간
새파란 아기 침엽수 한 그루
업혀있었죠.
가지가 부러져 나간 겨드랑이에.
녹음이 우거진 한여름이었다면
절대 알 수 없는 동색이었겠죠.
너무 이채로운 모습이었어요.
사랑을 느꼈습니다.
사람으로 치자면
서양인에게 입양된 동양인으로..
바람에 날아온 오갈 데 없는 씨앗을
품어준 넉넉한 마음씨를 가진
할머니 나무가
걱정되었습니다.
애기 돌보다 쓰러질까 봐.
정인이 사건으로 떠들썩한 요즘
나무의 깊은 사랑이 되새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