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신이 강림한
2월의 봄 바다,
해묵은 물결이 어린 물결에 뒤섞여
재생하는 해수면
석양빛을 싹둑 자른 쇠미역들이
널빤지를 띄워놓고
정초부터 숨돌릴 틈 없이 거센 파도를
쇠못 구멍 뚫어서 길들인다
부일호 뱃전에 매단 태극기와 오색 깃발
팽팽한 마름질에
비린내를 털어내는 포구마을 뱃사람들은
산중 약초 장수가 갓 따온 겨우살이처럼
푸릇푸릇, 기운차다
어군 탐지를 서두르는 선박들이
바람의 모서리와 세게 부딪는
오늘 밤
마른버짐일랑 씻어내야지
이안류 흰 이빨로 느슨해진 결박을
모조리 끊어낸
바로 지금, 출발이다
_남연우
위 사진은 온화한 기운이 떠있는 이번 설 고향 바다,
아래 사진은 몇 해 전 바람이 세게 불던 고향 바다 모습입니다.
잔잔한 바닷속을 굽어 보니
이제 막 돋아난 해초들이 일렁이는 파도에 몸을 풀고 있었어요.
부드러운 조류를 타고
봄기운이 흘러옴을 알았나 봐요.
바위에 바짝 붙어 엎드려서
손목을 넣어
바다가 수장한 해초를 한 움큼
뜯어와서
밥상을 차리고 싶었습니다.
이웃집 건장한 아들들은
바닷가에 나가서 톳을 엄청 수거해왔다고
엄마는 부러운 듯이 말합니다.
이번 설은 포근했습니다, 유달리.
이 시를 지었던 몇 해 전 설 풍경은 살풍경스러웠어요.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늦은 오후
풍랑경보에 대피한 어선들이 포구에
넘실넘실 흔들리는가 하면
부일호 뱃전에 매단
깃발들이, 몹시 펄럭였습니다.
바람의 심기를 살피는 사신들같이..
봄을 앞세운 징조라고는,
사진에 포착된 석양빛이
설레었다는 것!
임시 장터에서 만난
약초 장수가 갓 따온
겨우살이 푸릇푸릇,
나무뿌리를 깎아 만든 지팡이들이
어떤 의지를 보여주었다는 것!
바람 그것도 아주 거센 바람을
앞세워
다가오는 봄 바다
수많은 어족자원을 품은 수중 창고를 향해
어선들은 자정을 넘겨
출항할 것입니다.
집채만 한 파도를 넘어
저 잔잔한 수평선으로 나아가기 위해
느슨해진 결박을 모조리 풀어
앞으로, 앞으로
겨우내 웅크린 마른버짐 같은 게으름
모두 다 떨쳐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