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할미꽃

by 남연우

_남연우



꽃방석도 살풋, 마다하지요


뼝대에 부딪혀 되돌아가는

빛의 여울목에 잠긴 하늘은


수직으로 길을 내어

멍울진 울음을 그만 그치라 하오

심중에 박혀오는 대못도 튕겨 나갈

이 몸 얹어둘 데는 해진 바위틈

이른 새벽 물동이 흘린

석간수 한 사발에 두 손 모으고


찰나를 살다 죽을 여한을

저 까마득한 벼랑, 아래

버리는 중이라오


새색시 눈물 빛 솜털 자국

엊그제요


스적이는 물항라 치맛자락

녹수에 떠내려갈 봄 한철이요




* 뼝대: 바위로 이루어진 높고 큰 낭떠러지




봄의 순정이 피운 절체절명의 꽃.

그 흔한 꽃방석도 외면한 선택지는

바위 벼랑입니다.


삐죽이 모난 데를 비켜 움푹 꺼진 자리

거기, 터를 잡습니다.

한 발짝 내디디면 담청색 강물이 수장하는

악조건이 입을 떡 벌립니다.


어른대는 그림자라곤 없는 봄햇살

영롱한 빛의 여울목,

외줄기 수직으로 난 길을 운명으로 삼고서

목숨을 연명합니다.


한눈 팔 겨를 없는 절박한 심정이

순수한 꽃을 피워냅니다.

암반에 좌선한 미인의 속눈썹 같은

솜털이 나부낍니다.


곱디고운 자줏빛 자색 낙화암에 숨진

삼천 궁녀 울음일까요?

그녀들을 벼랑 아래 밀어낸 바람이

붑니다.


봄은 그로써, 완성됩니다.

온 우주의 어느 향기로운 숨결이

고르고 고른

대한민국 동강 석회암 지대 바위틈

동강할미꽃이 살아가는

지구촌 유일한 서식지라죠..


동강할미꽃이 피고 지면

봄은 할 일을 다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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