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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혜인 Jan 20. 2022

아이는 정말 또 다른 행복일까

신혼부부가 아이를 가질 시기에 대하여

 먼저 글에 앞서 우리 부부는 딩크족이 아니다. 그런데도 결혼을 하고 아기는 언제 가지냐는 자연스러운 질문에 나의 입장을 말하자면 늘 망설여진다. 처음에는 신랑이 못 미더워서 자신이 없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신랑의 사랑을 온전히 나만 누리고 싶어서 망설여진다. 이 말은 우리가 정말 화목한 삶을 살기 시작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신랑은 결혼초에 자신이 총각인양 밤이 늦도록 친구들을 만나고 중대한 결정들을 혼자만의 인생처럼 정해버리는 등의 총각 때의 삶을 버리지 못했다. 아내로서 부족함이 많았던 나 역시 신랑이 불안감을 줄 때마다 그를 다독이기는커녕 못 미더워하면서 혼자만의 살 구멍을 만들려 했다. 같이가 아닌 각자의 삶이 더 중요한 신혼초였다. 그런데 지금은 가정적으로 아내가 원하는 것, 남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고 비로소 부부의 화합을 이뤄가고 있다. 감사하게도 세월의 흐름만큼 신랑의 책임감은 두터워졌고, 나는 그런 그를 보며 믿음을 갖고 의지할 수 있게 되었다. 신랑은 늘 나와 함께하기 위해 노력했고, 나도 '우리'라는 울타리가 형성되자 굳이 더 이상 나만의 살 구멍을 만들 필요가 없게 되었다. 오히려 신랑을 지지할 구실을 만드는데 더 힘을 쏟게 되었다. 차곡차곡 서로의 마음을 다지면서 어느샌가 우리는 서로를 위하고 있었다. 그렇게 각자의 인생에서 하나가 되기까지 2년이 넘게 걸렸다. 결혼을 한다고 바로 한 지붕 아래 마음도 하나가 되진 않았다. 당연히 아이를 가지면 물리적으로 셋이 되는 건데 나는 일단 둘의 마음이 하나로 완성되고 셋을 만들어야 가정이 평화롭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늘 아이를 갖는데 망설임이 있었다.


 이 글을 읽으면 누구든 '그럼 이제 둘이 완성됐으니 셋이 되면 되겠네'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나의 욕심은 이제 '겨우' 둘이 되었기 때문에 아직은 좀 더 신랑과의 '단둘이 행복'을 누리고 싶다. 그리고 내게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그놈의 마음의 준비가 뭐냐 하면 두리뭉실한 엄마가 될 각오나 단순히 경제적인 여유를 찾고자 함이 아니다. 우리 부부는 공통적으로 '행복한 부모가 행복한 아이를 만든다'는 지론이 있다. 그 큰 틀 안에서 나는 부부의 평화가 온전히 지속되었을 때, 불화가 생기더라도 지혜롭게 화해하고 극복하는 방법을 터득했을 때, 서로의 끈끈한 결속력으로 육아에 있어서 각자의 역할을 이해하고 서운함을 '덜' 줄 수 있을 때, 우리 모두 아이에게 온전히 사랑을 부어줄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을 가졌을 때, 그때 자연스럽게 아이가 찾아오기를 바란다. 더 심플하게는 내가 임신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입 밖으로 "어떻게..."가 아니라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올 수 있을 때 아이가 생겼으면 좋겠다. 아직은 내가 만약 임신테스트기의 두줄을 보았다면 기쁨반 아쉬운 생각도 반 들 것 같다. 그래서 언젠가 신랑의 사랑을 아이와 반으로 나누어도 서운하지 않을 것 같을 때 아이를 갖고 싶다.


 나는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아이는 또 다른 행복을 준다고 말한다. 내가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또 다른 행복을 자꾸만 가져보라고 강요한다. 백번 천 번 넘게 말해도 낳아보지 않은 자가 이해할 수 없는 그 행복에 망설여하면 이제는 노산을 거들먹거린다. 그럼 일단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온다. 물론 나이는 계속 들어가고 노화는 임신의 확률을 낮출 것이다. 정말 원할 때 아이가 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 나이 들어서 아이를 낳으면 그만큼 체력 소모도 클 것이다. 나도 안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2세보다 신랑과의 정서적인 안정과 결속력을 더 굳건히 다지는 게 중요하다. 솔직히 노산으로 오는 육체적 고통은 그다지 두렵지도 않다. 나는 아이로 비롯해 생길 수 있는 신랑과의 부딪힘이 더 견디기 힘들 것을 예상한다. 주로 육아 선배들이 말하는 고충도 대부분 아이때문인것 같다가도 결국 부부 관계로 비롯됨을 나는 수없이 들었다. 가사를 잘 도와주지 않는 남편, 육아에 관심 없는 남편, 경제적인 충돌, 양육방식에 대한 충돌, 사라지는 둘만의 시간 등 이런 것들이 아이를 낳고 부부를 다투게 한다. 나는 어떠한 상황에 부딪혀도 신랑을 이해하고 극복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그 힘을 키우는게 아이를 가질 준비이다. 그래서 조금 더 신중히 신랑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생각을 다지고 있다. 올곧게 그리고 행복하게 아이 키우기에 대한 부부의 철학을 세우며 시기를 만들고 있다. 결혼하고 몇 해가 지나도 아이가 없으면 많이들 딩크족인줄 안다. 그러나 우리는 딩크족이 아니다. 그저 아이를 가질 수 있는 시기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나는 그날이 멀지 않았음을 느낀다.


 아마 우리와 같은 많은 신혼부부들이 자녀에 관해 비슷한 질문을 받고 비슷한 고뇌를 하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부디 우리를 대하는 자세가 "아이는 언제 가질거냐" 는 재촉이 아닌 "둘이 온전히 하나가 되었을 때 셋이 되어라"라고 너그럽게 기다려주었음 좋겠다. 아이를 갖는 '때'는 부부가 가장 잘 알고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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