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가 노는 법
눈을 떠서 몸을 일으키는 것도 힘든 삶이다. 직장인의 주말은 하루 종일 누워서 천장만 바라보고 싶다. 프리랜서의 삶도 만만치 않다. 무기력한 마음과 슬럼프, 피곤과 불안, 걱정의 시대. 이뤄야 한다는 강박과 열정을 조금씩만 내려 두고 천천히 숨 들이쉬고 내쉬며 생각해보자. 우리는 지금 즐거운가? 즐거움은 SNS에서 찾을 수 없고 행복은 사진과 같을 수 없다.
나는 어디에서 행복을 찾고 있을까.
나는 뽀송하고 향기 나는 이불을 좋아한다. 내 공간에 좋은 향기가 나는 것도 좋다. 잘 정돈되지 않은 내 책상도 좋다. 헤드셋을 끼고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들으며 글을 쓰는 것도 좋아한다. 많이 누릴 수는 없지만 낮잠을 정말로 사랑한다. 가족들과 마시는 커피도 완벽한 휴일을 보내는 좋은 방법이다. 우리 집 강쥐와 산책하면서 햇살을 맞는 것, 집안 모든 문을 열어 두고 스트레칭하는 것,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들으며 따뜻한 물로 샤워하는 것.
그렇게 오래 걸리는 것도, 복잡하고 어려울 것도 없는 행복들이다.
내 인생의 목표는 세상에서 제일 재밌게 노는 것. 인생 30년, 철이라고는 나사 하나 없는 인생을 살았다. 삶이란 삶은 달걀. 헛소리를 늘어놓으며 행복하게 사는 인간이다. 30년의 인생과 앞으로의 70년 총합 100년 동안 하고 싶은 것들로 계획을 짜고, 기록할 생각이다. 시답지 않은 즐거움을 누리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이 계획들과 기록들을 보며 낄낄거리고 싶은 나의 욕망 덩어리를 천천히 풀어볼 것이다.
플레이리스트
드라마나 예능이나 다큐, 모든 프로그램에는 배경음악이 존재한다. 배경음악에 의해서 더 많은 재미를 느낄 수도 있고 감동을 더 증폭시켜주는 힘이 있다. 상황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역할 하는 것이 배경음악이다. 당연히 놀이에도 배경음악이 존재하는데, 놀이에 따라 플레이리스트를 미리 만들어 놓는 것도 좋은 자세이다.
크리스마스 캐롤만 해도 그 목적이 세분화되어있다. 연인과의 시간을 위한 로맨틱한 캐롤, 가족과 따뜻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캐롤, 친구들과 떠들썩한 시간을 위한 캐롤까지. 분위기와 장소에 맞춰 다양한 캐롤을 준비해야 한다. 나는 재즈 캐롤을 매우 사랑해서 봄을 제외한 여름, 가을, 겨울 3 계절용으로 듣는다. 샤워할 때나 산책할 때 데일리로 듣기 좋다. 10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연말을 위한 크리스마스 캐롤은 빙 크로스비나 땡떙떙 등 미국의 60,70’s 빈티지 캐롤이 마음을 간질이기 딱 좋다. 하지만 심장이 두근대는 캐롤은 역시 머라이어 캐리를 이길 자가 없다. 캐롤을 들으며 크리스마스 계획을 세우는 것도 매년 꼭 해야 할 일 중 하나라는 것을 잊지 말자.
유튜브에 ‘헬스 할 때 듣는 플레이리스트’를 검색해보면 도파민이 폭발할 것 같은 노래들이 쏟아진다. 나는 도파민을 위한 음악과 운동을 하다 보면 금방 피로감이 몰려와서 운동을 멈추고 집에 가서 침대와 한 몸이 되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나는 묘하게 반복적이고 현실 세계와 먼 동화 같은 음악과 운동하는 것을 선호한다. 빈티지 디즈니나 픽사 그리고 지브리와 같은 음악은 찰떡같이 내가 원하는 음악 조건을 만족시킨다. 이러한 동화 같은 음악을 들으면 머리가 멍해지고 반복적인 동작을 해도 지겨운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로 휘뚜루마뚜루 운동을 계속할 수 있다. 이렇게 플레이리스트는 내 생활 전반적인 밸런스를 조절해주는데 하기 싫은 일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사실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방대한 음악의 장르나 지식을 알아야 하거나 각종 영화와 드라마까지 속속히 알아야만 완벽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완벽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 수 없다. 영화나 드라마는 봤던 드라마만 주야장천 판데 또 파는 습성이 있고 프랑스어는커녕 영어도 잘 모르는 사람이라 음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가사를 알 길이 없다. 그래서 내가 하는 방법은 라디오를 듣고 있다가 좋은 노래가 나오면 그날의 선곡표를 보고 메모를 해 두거나 음악 인식 기능을 이용해서 알아 둔다. 이것도 너무 귀찮다 싶으면 유튜브에 키워드만 입력해서 적당한 음악을 듣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미 짜여 있는 플레이리스트를 듣다 보면 마음에 꼭 드는 노래들이 있는데 이런 노래들을 꼭 따로 메모해두는 것이 좋다. 이 조각들을 모아 정리하면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 노는 것에 진심인 사람들은 플레이리스트를 잊지 말자. 힘든 상황에서도 즐길 수 있을 힘이 생긴다.
복장의 중요성
센스 있는 사람은 언제나 TPO가 딱 떨어지게 준비한다. 운동을 하려면 운동복을 입어야 하고 격식 있는 자리라면 세미 정장이라도 준비해야 하는 것처럼 집에서는 집에서 입는 활동복이나 잠옷이 중요하다. 친구네 집이라도 가는 날이면 꼭 잠옷을 챙겨야 한다.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지만 잠옷은 정말로 중요한 준비물이다. 친구네 집에 방문하는 것은 돼지 파티를 하고 벌러덩 누워야 하기 때문에 꼭 넉넉한 잠옷을 입어야 한다. 하지만 항상 예외는 존재한다. 친구와 체형이 비슷하면 굳이 챙기지 않아도 괜찮다. 만약 내 배가 친구 배보다 불룩한데 실수로 잠옷을 챙기지 않고 친구의 바지를 입는다면, 돼지 파티 첫 번째 음식부터 고무줄이 내 배를 조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고통스러운 파티가 되지 않도록 잠옷을 챙기는 것을 기억하자.
옷뿐만 아니라 신발 또한 야외활동을 할 때 필수 아이템이다. 매우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봄부터 가을엔 발가락이 뚫린 신발이 최고다. 마트나 편의점에 갈 때에도, 가벼운 산책, 친구네 집, 오름이나 바닷가, 버스, 기차여행, 비행기 어디든 잘 어울린다. 나는 4월쯤부터 말랑하고 가벼운, 구멍이 뽕뽕 뚫려 있는 신발을 신고 다닌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직전 11월 말까지 신고 다니는데, 보통 한 해를 신으면 바닥이 반들반들 해질 정도로 매일 신는 애착 신발이다. 그 뿅뿅이 신발은 어디든 갈 수 있다. 바다, 낮은 산, 계곡, 사막 어디든.
상상력 + 메모하는 습관
아이들이 좋아하는 콩순이 그림이 그려져 있는 숟가락에 밥과 반찬을 싣고 비행기 슈웅 권법을 사용해서 아이들 입 속으로 도착한다. 상상력을 발휘해서 지루한 식사시간을 놀이로 활용한 사례이다. 상상력은 놀이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상황을 만들고 집중하고 세세하게 몰입할수록 재미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탄탄한 스토리는 상황을 실감 나게 한다. 상상력은 시청자에게 대리 경험을 만족할 수 있게 한다. 상상력은 평범한 이야기도 특별한 이야기로 만들 수 있다. 평범한 파티나 여행에 디테일한 요소를 더해주고 이벤트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준비물
어떤 파티를 하든지, 여행을 가든지 어렴풋이 그려지는 이미지들이 있다. 뜨거운 여름날 한강이나 미사 조정경기장에 가기로 했다면 시원한 맥주 한 캔이 떠오른다. 태양 아래 푸르른 잔디밭 위에서 맥주를 마실 때 가장 필요한 준비물은 돗자리나 캠핑의자다. 시원한 맥주 한 캔은 내 몸 하나 기댈 돗자리와 캠핑의자로 인해 비로소 완벽해지는 것이다(당연히 운전자는 깍두기). 나는 어느 곳에 놀러 가든지 준비물 체크리스트를 작성한다. 준비물은 천자 만별이다. 여행으로 예를 들자면 걷기 여행과 자전거 여행, 오토바이 여행, 자동차 여행의 준비물은 열에 다섯은 다르고 장소에 따라, 날씨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필요한 준비물 체크리스트를 그때그때 작성하고 하나씩 확인하며 준비한다면 좀 더 완벽한 여행이 될 수 있다.
즉흥적인 사람들은 특히 자신이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모르기 때문에 조금 더 넓은 시야로 준비물을 챙기면 유용하다. 나는 여름과 계곡, 바다를 굉장히 사랑한다. 뜨거운 여름, 산에 갈 계획이라면 시원한 계곡에 퐁당 들어가고 싶을지 모르니, 수건과 여분의 옷 등을 챙긴다. 마찬가지로 무더운 여름, 오토바이 여행을 하다가 바다에 풍덩 빠지고 싶을지 모르니 수영복을 챙겨 다닌다. 새벽 드라이브에 필요한 준비물은 드라이브를 위한 플레이리스트와 차를 정차시킨 후 앉을 캠핑 의자, 의자에 앉아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스피커, 따뜻한 차, 먹을 간식, 따뜻한 옷과 담요, 휴지, 손소독제 등이 필요하다. 준비물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는 화살표일지도 모른다.
체력
술을 마시거나, 세계를 여행하고, 입을 옷이 항상 없어 매번 해야 하는 쇼핑 등 노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내 몸뚱이는 급속 충전기가 없기 때문에 끝없이 놀 수 없다. 열정적으로 오래, 길게, 깊이 놀기 위해서는 양호하고 우수한 체력이 있어야 한다.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몸을 조금씩 움직여줘야 하는데 거창하고 완벽하게 시작하면 할수록 부담감이 크다. 꼭 헬스장이나 크로스 핏, 테니스 등 본격적인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 생활에서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식사 후에 바로 눕지 않으며 높지 않은 층은 계단으로 다니는 것이 좋다. 교과서 같은 말이기는 하지만 현생에 치여 시간이 없거나 따로 시간 내서 운동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좋은 습관이다. 그런데 나도 알고 있다. 우리가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라 하기 싫어서 안 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몸을 움직이는 것은 나비 날갯짓 정도의 조금 한 동작부터 시작하는 편이 몸도 마음도 가볍게 시작할 수 있다. 딱 한 가지 동작을 정확히 익힌 후 집이나 공원에서 하루에 한 동작만 10-15분 정도 움직인다. 하다 보면 개운하고 뿌듯한 감정마저 든다. 그것이 운동의 시작이다. 한 가지 동작을 꾸준히 일주일 정도 해보면 몸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고 밥맛도 좋아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 더 다양한 동작들을 더하고 스트레칭까지 마무리하는 30분 정도의 루틴을 계획해보자. 일주일에 3번 이상, 한 달 정도 지속하면 어떤 운동이든지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지식
무엇이든 아는 것이 더 잘 보인다. 해외여행이나 국내여행을 갈 때 방문하는 나라와 지역에 대한 역사나 언어, 음식을 알고 출발하는 것이 여행을 더욱 풍부하게 경험할 수 있다. 이는 여행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 적용된다. 술에 대한 지식이나, 역사 등을 알고 마시는 것이 더 맛있게 느껴진다. 쇼핑 또한 요즘 트렌드와 품질, 사용 방법, 세일 기간 등을 알고 있어야 나에게 더욱 어울리는 제품을 고를 수 있다. 이와 같이 노는 것도 공부가 필요한 법이다.
핫한 장소나 식당들이 SNS에 카드 뉴스처럼 잘 정리되어 있어 검색만으로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잘 알려진 정보의 장소들은 주말에 사람들이 몰릴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나는 요즘 책으로 정보를 얻는 것이 즐겁다. 요즘은 주식장이 오르고 내릴 정보를 유튜브를 보고 예상하지만 사실 주식 시장의 큰 그림 같은 경우는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책이 완벽하게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유튜브보다 신뢰성이 높다. 식사나 여행 장소 또한 SNS나 유튜브에 검색하는 것보다 그와 관련된 책과 잡지 등이 유행을 따라가지 않고 자신의 취향을 알맞게 찾을 수 있는 매체임을 확신한다. 하지만 너무 오랜 지난 책이나 잡지를 볼 때는 그 장소나 식당이 남아있는지 검색과 확인이 필요하다. 두 가지 매체를 함께 사용해서 정보수집을 한 후에 방문하자.
재력
화려하고 멋진 곳에 가고 경험하고 싶다면 스스로 그 대가를 지불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일들이 누구에게나 허락된 일은 아니다. 몇몇 사람들은 자신의 상황과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대가를 지불하거나 대출을 해서라도 화려하고 멋진 것을 얻어내는 경우가 있다.
숨 만 쉬어도 돈이다. 예쁘게 잘 차려진 한 상, 파스타를 먹거나 이국적인 식당에 가려면 이만 원, 그 이상의 가격을 호가한다. 국 같은 음식점, 국밥 한 그릇마저 8000원이 넘어가는 시대이다. 나도 여행도 가야 하고 쇼핑도 해야 하는 욕심이 가득한 사람이다. 나는 백수에 아주 가까운 가난한 30대로서 이 모든 것을 해내야 한다. 하지만 이 든 것을 엄청 유명하고 철학이 가득한 명언으로 견뎌내야만 한다. ‘분수대로 살자’.
나는 주머니에 땡전 한 푼 없는 반 백수, 프리랜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가고 쇼핑도 할 수 있는 이유는 분수대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돈이 없을 때 여행을 갈 수 있는 방법은 돈이 필요 없는 걷기 여행을 가기도 하고 내 침실과 주방을 모두 등에 지고 다닐 수 있는 백팩킹을 가기도 한다. 비상식량을 챙기거나 라면과 햇반 하나로 모든 끼니를 끝낼 수 있어서 돈이 들 일이 별로 없다. 당연히 경비가 넉넉할 때에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과 레저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경비의 높고 낮음이 여행의 만족도를 보장할 수는 없다. 부담이 되지 않는, 분수에 맞는 여행이 가장 즐거운 여행을 하게 한다.
1단계
집에서 놀기
집에서 노는 것은 아주 탄탄한 기본기를 다질 수 있는 단계이다. 하지만 집에서 노는 것도 천차만별의 레벨이 있다. 집에 있을 때 와식 생활을 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그것은 바로 ‘나’이다. 정말 꼼짝하고 싶지 않다. 애초에 왜 집에서 허리를 세우고 있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하지만 매일 그렇게 누워있으면 침대에게 잡아 먹혀 뇌를 빼앗기고 만다. 다 고치지는 못했지만 나 스스로 야단치고 깨우치고 많은 반성과 함께 많은 도전을 하는 중이다.
내 세계는 술이 좋았고 조금 우울했다. 나는 단 음식이나 빵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양이 많은 편이 아니다. 그저 어둑해질 때부터 컨디션이 나빠지고 생각하는 것이 조금 힘들어지면 술을 마셨다. 중독자까지는 아니었지만 그 문턱을 밟았을지도 모르겠다. 알코올에 의존하는 정도가 심했다. 혼자 있는 게 너무 싫어서 매일 밤 친구들과 술을 마셨다. 우울하기도 했지만 술을 아주 좋아했기 때문에 술을 한 번 마시기 시작하면 헤롱 직전까지 마셔야 했다. 또 매일 마셔야 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돈이 별로 없다. 20살부터 마신 술값을 합쳐보면 아주 좋은 외제차 한 대는 사고도 남았을 거다. 돈을 술에게 빼앗기지 않으려면 횟수를 줄여야 했고 안주도 직접 만들어 먹는 편이 좋았다. 술을 줄이고 돈을 아끼기 위해 만들기 시작한 요리는 사실 아주 좋은 취미이자 도전이 되었다. 유학생활을 할 때,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하는 식사, 건강식을 먹어야 하거나 식단 조절을 해야 할 때도 유용하며 굉장히 좋은 사랑의 방법이 되어주고 있다.
두 번째는 그림 그리기
사람은 무언가 생각하고 창조하는 데에서 에너지를 느낀다. 나는 그런 행위가 놀이라고 생각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그리고 칠하는 그림이다. 아이일 적부터 성인이 되고 노인이 되어가는 모든 인생의 과정 안에서 사람은 그림놀이나 색칠놀이, 미술시간 등의 제목이나 과목으로 배우고 에너지를 얻는다. 20대 중반에 아주 짧게 만났던 친구가 있었다. 조금 괴짜 같은 면이 있지만 오히려 그런 면 덕분에 그림에 대해 깨달은 인연이었다. 만나기로 한 첫날부터 공책을 한 권 사 오더니 우리가 만나는 날마다 그 공책에 그림을 그려주었다. 어느 날은 점을 찍어 번호를 적더니 번호 순서대로 선을 그려 나가는 방식의 그림을 선물해 주기도 하고, 어느 날은 영화의 영수증이나 데이트의 한 장면을 그림으로 그려 선물해주었다. 그 친구 덕분에 나는 여행을 다니거나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나서 인상 깊은 장면을 일기장에 그리곤 한다. 사진과는 전혀 다른 즐거운 매력이 있다. 함께 시간을 보낸 사람의 그림실력도 보고 그 사람이 함께 보낸 시간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도 알 수 있다. 그 그림을 그리고 함께 그림을 나누며 웃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