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위화도 회군이 부동산 때문이라면?

by 꼬불이

역사책은 말한다. 이성계가 위화도에서 회군한 이유는 명분 없는 요동 정벌을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누군가는 말한다. 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게임은 '땅 따먹기' 라고.

이성계가 위화도에서 군을 돌린 진짜 이유가 다른 것이었다면?

만약에... 위화도 회군이 한반도 역사상 가장 거대한 부동산 투기의 시작이었다면?

만약에... 조선왕조 500년이 땅 투기꾼들이 만든 나라였다면?




고려 말 부동산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 였다

고려 후기, 개경의 한 기록청에서 벌어진 대화를 상상해보자.


"대감, 이번에 왜구를 물리친 이성계 장군에게 하사할 토지가....... 없습니다."

"뭐라?!"

"전국의 좋은 땅은 이미 문벌 귀족들과 권문세족들이 다 차지했습니다. 새로 공을 세운 무장들에게 줄 땅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어허... 성계 그 자가 가만있지 않을텐데...."


고려 말 토지 독점의 실상

권문세족들의 토지 독점 현황 (14세기 기준)

이제현 가문(한산 이씨):

경기도 일대 농장 50여 곳

충청도 공주 일원 대농장 3곳

전국 토지 수익만으로 연 1만석 규모


기철(奇轍) 가문:

개경 근교 최고급 농지 독점

황해도 해주 일대 농장 20여 곳

원나라 권력과 결탁한 대토지 소유


조일신(趙日新) 가문:

전라도 나주 평야 광대한 농장

경상도 상주 일대 농지

고려 후기 최대 지주 중 하나


이들의 토지 소유 방식

농장: 산 하나, 계곡 하나를 통째로 소유

장원: 마을 전체를 사유지로 운영

겸병: 주변 소농들 토지를 강제로 합병


문신 vs 무신의 경제적 격차

문신 귀족들 (기득권)

대대로 물려받은 토지 기반

관직과 토지가 세습되는 구조

원나라와의 인맥으로 추가 토지 획득


예시: 이제현(李齊賢, 1287~1367)

고려 후기 대표적 문신 귀족

할아버지 대부터 누적된 토지 자산

원나라 연경(북경) 왕래하며 추가 이권 확보


신진 무신들 (토지 없는 실력자)

군공으로 출세했지만 경제적 기반 취약

왜구 토벌, 홍건적 격퇴 등 혁혁한 공로

하지만 토지 하사는 제한적


예시: 이성계 (건국 전)

함경도 출신으로 중앙의 토지 기반 전무

동북면 일대에서만 소규모 토지 소유

전국구 영향력에 비해 경제적 기반 부족


예시: 최영(崔瑩)

명문 무신 가문이지만 신진 세력에 비해 토지 부족

정치적 영향력과 경제적 기반의 불균형


토지 포화의 구체적 지표들

1. 하사 가능 토지 고갈

왕실 직할지: 이미 공신들에게 대부분 하사 완료

양질 농지: 권문세족이 선점하여 신규 분배 불가

변방 땅: 생산성 낮아 포상 효과 미미


2. 농장 확산으로 인한 소농 몰락

14세기 후반 농장 수: 전국 300여 곳 추정

소농들의 토지 상실: 농장으로 흡수되는 구조

자유농민의 소작농 전락 가속화


3. 조세 수입원 감소

사유 농장 확산으로 국가 조세 기반 축소

권문세족들의 면세 특권으로 세수 부족

신규 토지 개발 여력 상실


신진사대부들이 본 현실

정도전의 관점 "이 나라에서 진짜 권력은 토지에서 나온다. 아무리 학문이 뛰어나고 정치적 식견이 있어도, 경제적 기반이 없으면 꼭두각시일 뿐이다."

조준의 계산 "현재 전국 토지의 70%가 권문세족 300여 가문에게 집중되어 있다. 나머지 30%로는 국가 운영이 불가능하다. 구조적 개혁이 필수다."

이색의 우려 "토지 재분배 없이는 어떤 정치 개혁도 의미가 없다. 하지만 기존 질서를 뒤엎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위기의식의 공유

이것이 고려 말의 현실이었다. 토지 소유가 완전히 포화 상태에 도달한 것이다.

신진 세력들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만 남았다:

현상 유지: 영원히 기득권의 하위파트너로 만족

판 뒤엎기: 전면적인 토지 재분배를 통한 새로운 질서

이성계와 신진사대부들이 선택한 것은 당연히 2번이었다.

"기존 시스템으로는 우리가 설 자리가 없다."

이것이 위화도 회군을 결심하게 만든 가장 근본적인 동기였다.




신진사대부들의 불만 - "우리도 땅 좀 갖고 싶다"

정몽주, 정도전, 조준... 신진사대부라 불리는 이들의 공통점은 뭐였을까?

머리는 좋지만 땅은 없다. 아무리 과거에 급제하고, 아무리 정치적 식견이 뛰어나도 기존 권문세족들이 토지를 독점하고 있어서 경제적 기반이 없었다.


"이성계 형님, 이거 말이 됩니까?"


정도전이 이성계에게 말했을지도 모른다.


"저희가 아무리 나라를 위해 일해도 땅 한 평 못 받는데, 권문세족들은 대대로 물려받은 땅으로 호의호식하고 있어요."

"그래서?"

"확 갑시다. 이 나라의 판을 엎어버려요."


1388년 5월, 위화도.

이성계가 진짜로 생각했던 것은 요동 정벌의 명분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지금 회군하면... 고려를 엎을 수 있다. 그러면 전국의 토지를 다시 나눌 수 있어.'

위화도 회군 = 부동산 시장 리셋 버튼

고려의 기존 토지 소유 시스템을 완전히 뒤엎고, 자신들이 새로운 토지 분배의 주도권을 쥐는 것. 이것이 진짜 목적이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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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건국 - 드디어 땅 나눠먹기 시작

1392년, 조선 건국. 이성계와 신진사대부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토지 개혁이었다.


과전법 - 역사상 가장 체계적인 부동산 재분배

1391년 (건국 직전)부터 시작된 토지 혁명

"기존 토지 소유는 모두 무효다." 조준이 전국 지도를 펼쳐놓고 선언했다.


1단계: 기존 토지 소유권 박탈

권문세족들의 대토지 몰수

"나라에 공이 없는 자는 땅도 없다"

고려 시대 농장(대농장) 해체


2단계: 새로운 분배 기준 설정

관직 품계에 따른 차등 지급

1품: 150결 (약 150만평)

2품: 100결 (약 100만평)

3품: 80결 (약 80만평)

...

18품: 10결 (약 10만평)


3단계: 지역별 우선 배분

경기도: 왕실과 최고 공신들 우선 배정

충청도: 신진사대부 핵심 멤버들

전라도: 곡창지대, 경제적 기반 확보

경상도: 지방 세력과의 타협용

강원도, 함경도: 변방 수비 담당자들


"자, 이제 우리가 주인이다."

정도전이 경기도 지도에 붉은 선을 그으며 말했을 것이다. "한강 이남 이천, 용인, 수원... 이 비옥한 땅들이 우리 몫이다."

조준이 충청도를 가리켰다. "공주, 논산 일대 곡창지대. 여기서 나오는 세금으로 국가 운영한다."

남은이 덧붙였다. "전라도 김제, 정읍도 빼먹으면 안 되지. 여기가 진짜 돈이 되는 땅이야."


과전법의 핵심 장치들

수조권 시스템 - 현대의 임대업과 동일

토지 소유권은 국가

관리들은 수조권(세금 징수권)만 가짐

"땅은 나라 것, 수익은 네 것"


현대식 해석: 국가가 건물주, 관료들이 임차인

정부: "이 아파트 단지 소유권은 우리가 갖는다"

관료: "그럼 우리는 임대료 수익만 가져가면 되는 거네?"

정부: "맞다. 대신 관리비(행정업무)는 네가 해야 해"


품계별 차등 지급 - 현대의 연봉제와 동일

1품 = 대기업 회장급 (연봉 수십억)

5품 = 중견기업 임원급 (연봉 수억)

9품 = 대기업 신입사원급 (연봉 수천만원)


지역별 차등 - 현대의 부동산 시세 반영

경기도 = 강남구 (프리미엄 지역)

충청도 = 분당, 일산 (준프리미엄)

전라도 = 인천, 부천 (실용성 중시)

강원도 = 외곽 신도시 (변방 지역)


이들만의 특혜 시스템

별사전 - VIP 전용 특별 분양 공식적으로는 과전법 적용받지만, 실제로는:

이성계: 전국 각지에 별도 사저용 토지

정도전: 개성, 한양 등 핵심 지역 추가 배정

조준: 상업 지역 우선 배정권


현대식 해석: "일반 분양은 추첨이지만, VIP 고객님들께는 특별 공급해드립니다"

공신전 - 창업 멤버 스톡옵션 조선 건국 1등 공신들에게만:

세습 가능한 토지 별도 지급

일반 과전과 별개의 추가 수익원

"영구히 대물림되는 부동산 포트폴리오"


농민들은? - 여전히 소작농

결국 땅을 직접 경작하는 농민들은?

고려 시대: 권문세족의 소작농

조선 시대: 신진사대부의 소작농

주인만 바뀌었을 뿐이다.

"우리가 혁명을 일으킨 이유가 뭐였더라?" 100년 후 조선의 한 양반이 자문했을 것이다. "아, 맞다. 우리도 땅을 갖기 위해서였지. 농민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현대적 평가: 성공한 부동산 카르텔

과전법은 결국 성공한 부동산 투기 시스템이었다.

기존 지주들을 몰아내고 자신들이 새 지주가 됨

체계적이고 합법적인 절차로 포장

농민들에게는 "더 공정한 시스템"이라고 홍보

실제로는 지배층만 교체된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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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 또 다른 토지 게임의 시작

1910년, 일제강점기. 일본은 또 다른 방식으로 조선의 토지를 재편했다. 토지조사사업이라는 명목 하에 전국의 땅을 다시 조사하고 재분배했다. 물론 자신들과 친일파들에게 유리하게.


"조선인들아, 너희 땅의 소유권을 증명해봐라."

"서류가 없으면 일본 총독부 소유다."


또 다른 위화도 회군이었다. 이번에는 일본인들과 친일파들이 주인이 되는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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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이후

1945년 해방, 1950년 한국전쟁, 1960년대 산업화... 각각의 시대마다 토지 소유의 판도가 바뀌었다.

친일파 토지 몰수 → 농지개혁 → 도시 개발 → 강남 개발 → 부동산 투기

패턴은 항상 똑같았다. 기존 토지 소유자들을 몰아내고, 새로운 세력이 땅을 차지하는 것.


2024년 현재도 마찬가지다. 재개발, 재건축, 신도시 개발... 누군가는 땅값 상승으로 부자가 되고, 누군가는 쫓겨난다.


"이번 재개발로 우리 동네가 완전히 바뀔 거야."

"원주민들은 다 쫓겨나고, 부자들만 들어오겠지."


이성계가 위화도에서 했던 일과 본질적으로 다를까?



가이아의 분노 - 지구는 누구 것인가?

그런데 잠깐. 누가 이 땅을 인간들 것이라고 했나? 지구의 어머니 가이아가 허락했나?

4억 년 전부터 존재했던 이 땅을, 고작 수천 년 살아온 인간들이 '소유'한다고?

만약 가이아가 살아있다면 뭐라고 할까? "너희가 내 몸을 사고파는 게 말이 되니?" "내가 언제 너희에게 소유권을 줬지?"

기후변화, 자연재해, 환경파괴... 혹시 이것들이 가이아의 복수는 아닐까? "내 땅을 너희 마음대로 나눠가지지 마라."



만약에 모든 토지 소유가 사기라면?

생각해보자.

인간이 지구에 나타난 지 고작 30만 년.

농업을 시작한 지 1만 년.

국가라는 개념이 생긴 지 5천 년.

근대적 토지 소유 개념이 생긴 지 500년.

지구 입장에서 보면 찰나의 순간이다. "잠깐만 졸았는데 이상한 생물들이 내 몸에 줄 그어놓고 '내 땅'이라고 하네?" 가이아가 잠에서 깨어나 말할지도 모른다.



만약에 다음 위화도 회군이 일어난다면?

역사는 반복된다.

고려 → 조선 → 일제강점기 → 현대

각 시대마다 토지 소유의 주인이 바뀌었다. 다음은 누구 차례일까?

인공지능? "인간들이 소유한 모든 토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재분배가 필요합니다."

외계인? "지구라는 행성을 관리해줄게. 대신 토지 소유 시스템은 폐지한다."

새로운 세대? "기성세대가 독점한 부동산, 우리가 다시 나눠가지자."

아니면 가이아 자신? "이제 그만. 모든 토지 소유를 무효화한다."


만약에 당신도 이 게임의 일부라면?

만약 이성계 자체도 더 큰 세력에게 놀아난 것이라면? 신진사대부들이 이성계를 이용한 것처럼, 신진사대부들도 누군가에게 이용당한 것이라면? 조선을 건국한 진짜 배후는 따로 있고, 이성계와 정도전은 그냥 앞잡이였다면?

그 배후 세력은 지금도 존재할까? 600년이 넘도록 한반도의 토지 게임을 조종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성계도, 정도전도, 일제강점기 친일파들도, 현재의 부동산 재벌들도... 모두 더 큰 그림의 말 일뿐이라면?

매달 내는 월세.

언젠가 사고 싶은 내 집.

재개발로 인한 이주.

부동산 투자 수익.

우리 모두가 이성계가 시작한 게임의 참가자들이다. 승자가 될 것인가, 패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게임 자체를 바꿀 것인가.


600년 전 위화도에서 이성계가 내린 선택처럼, 지금 우리에게도 선택의 순간이 왔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토지는 원래 누구의 것도 아니었다. 단지 가장 힘센 자가 '내 것'이라고 주장했을 뿐이다." - 위화도에서, 이성계의 마지막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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