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완벽한 날의 세번째 살인

퍼펙트 데이즈 & 세번째 살인

by 꼬불이

'완벽한 날의 세번째 살인'

(*영화 '퍼펙트 데이즈' 와 '세번째 살인' 의 주인공 야쿠쇼 코지가 같은 사람이라면? 이라는 설정으로 연결 시켜보는 한 남자의 이야기)


새벽 5시 30분.

히라야마의 눈이 떠졌다. 알람 소리보다 30초 빨랐다. 지난 20년간 그래왔듯이.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작은 라디오를 켰다.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왔다. 오늘은 바흐였다. 세수. 면도. 우유 한 잔. 모든 것이 정해진 순서대로였다. 변하지 않는 루틴. 그것이 히라야마가 지난 20년간 지켜온 평화였다.


시부야역 근처의 공중화장실. 그의 일터였다. 매일 여덟 곳의 화장실을 청소했다. 순서도 정해져 있었다. 변경은 없었다. 오전 11시 30분. 첫 번째 화장실 청소를 마쳤을 때였다.


"죄송해요."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히라야마가 돌아봤다.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소녀가 서 있었다. 17세 정도로 보였다. 단정한 얼굴이었지만 눈가에 희미한 멍이 있었다.


"화장실... 사용해도 될까요?"


히라야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소녀가 화장실에 들어갔다. 평소보다 오래 걸렸다. 15분 후에야 나왔다.


"고맙습니다."


소녀가 깊게 고개를 숙였다.


"괜찮다."


히라야마의 첫 마디였다. 그리고 마지막이어야 했다. 하지만 다음 날, 소녀가 다시 나타났다.




일주일이 지났다. 소녀는 매일 같은 시간에 나타났다. 오전 11시 30분. 히라야마가 첫 번째 화장실 청소를 마치는 시간.


"아저씨."


여덟 번째 날, 소녀가 처음으로 말을 걸어왔다.


"학교는 안 가도 되니?"

"1교시만 빼먹는 거예요." 소녀가 작게 웃었다. 하지만 눈은 웃지 않았다.

"이름이 뭐냐?"

"사오리예요. 미야자와 사오리."

"왜 여기 오니?"


사오리가 잠시 멈칫했다. "집에... 가기 싫어서요."


히라야마는 더 묻지 않았다. 그럴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날부터 그는 작은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사오리가 올 시간에 맞춰 청소를 끝내두었다. 벤치를 깨끗하게 닦아두었다.


"아저씨는 왜 이 일을 하세요?" 어느 날 사오리가 물었다.

"일이니까."

"재미있어요?"

"평화롭다."

"평화..."


사오리가 그 단어를 되뇌었다.


"저도 평화롭고 싶어요."


그 순간, 히라야마의 가슴 한편이 무너졌다. 20년간 쌓아올린 벽에 작은 균열이 생겼다.



한 달이 지났다. 사오리의 얼굴에 멍이 더 짙어졌다. 이번엔 목에도 손가락 자국이 있었다.


"사오리." 히라야마가 처음으로 소녀의 이름을 불렀다.

"네?"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니?"

사오리가 고개를 떨궜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거짓말."


사오리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아빠가... 아빠가 술을 마시면..."

"어머니는 도와주지 않니?"


사오리가 쓴웃음을 지었다.


"엄마는... 자기 방에 숨어요. 문을 잠그고..."

"그냥 두고 보니?"

"엄마도 무서워해요. 그래서... 그래서 못 본 척해요."


사오리의 목소리가 떨렸다.


"가끔 아빠가 저를 때릴 때, 엄마가 지나가요. 하지만 그냥... 모르는 척하고 지나가요."


히라야마의 주먹이 저절로 쥐어졌다. 20년 전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분노가 되살아났다.


"아저씨."

"응?"

"제가... 제가 아빠를 미워하는 게 나쁜 건가요?"


히라야마가 사오리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아니다. 미워하는 게 당연해."


그날 밤, 히라야마는 결심했다. 그의 완벽한 일상(퍼펙트 데이즈)을 깨기로.




"미야자와 금속 가공 공장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히라야마가 공장 사무실 문을 두드린 것은 다음 주 월요일이었다.


"경력이 있나요?"

"아니요. 하지만 성실합니다."


사무직원이 히라야마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50대 후반의 조용한 남자. 특별할 것 없어 보였다.


"급여는 최저임금이고, 야간 근무도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언제부터 나올 수 있나요?"

"내일부터."


화장실 청소부의 일상이 끝났다. 미야자와 금속 가공 공장은 직원 12명의 작은 공장이었다. 사장은 미야자와 겐지. 50대 초반의 건장한 남자였다. 첫날부터 히라야마는 알 수 있었다. 미야자와가 어떤 남자인지.


"야, 신입!" 미야자와가 소리쳤다.

"빨리 못 해? 이 속도로 하면 언제 끝나!"


동료들이 히라야마를 측은하게 바라봤다. 모두 미야자와의 성격을 알고 있었다. 술을 마시면 더 심해졌다. 작은 실수에도 고함을 쳤다. 때로는 주먹이 나가기도 했다.


"저놈은 원래 저래요." 동료 사토가 귀띔했다.

"집에서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딸이 하나 있는데..."


히라야마의 손이 떨렸다.




두 달이 지났다. 히라야마는 미야자와를 관찰했다. 언제 화를 내는지, 어떤 말에 민감한지, 술을 얼마나 마시는지. 패턴이 있었다. 매주 금요일, 미야자와는 동료들과 술을 마셨다. 집에는 11시쯤 들어갔다. 토요일 아침, 사오리가 히라야마를 만날 때면 얼굴에 새로운 상처가 있었다.


"아저씨가 우리 공장에서 일한다는 게 정말이에요?"


어느 날 사오리가 물었다.


"어떻게 알았지?"

"아빠가 말했어요. 화장실 청소부가 공장에 들어왔다고..."


사오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아빠가... 아저씨를 조심하라고 했어요."

"왜?"

"전과가 있는 범죄자 였다고요."


히라야마의 가슴이 철렁했다.


"사오리."

"네?"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


사오리가 한참 생각하더니 말했다.


"아저씨는... 착한 사람이에요. 나쁜일을 저질렀어도 분명 이유가 있었을 거예요."


그 말이 히라야마에게는 구원이었다.




6개월이 지났다. 히라야마는 이제 공장에서 인정받는 직원이 되었다. 성실했고, 불평하지 않았고, 실수하지 않았다. 미야자와도 그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히라야마, 오늘 야근 할 수 있나?"

"예."

"고맙다. 다른 놈들은 핑계만 대는데..."


어느 금요일 밤, 미야자와가 제안했다.


"히라야마, 한잔 어때?"


위험한 순간이었다. 거절하면 의심받을 것이고, 받아들이면 더 깊이 들어가야 했다.


"좋습니다."


미야자와는 술이 들어가자 말이 많아졌다.


"가족이 있나?"

"없습니다."

"나는 딸 하나, 아내 하나 있어."


미야자와가 술잔을 비웠다.


"딸 하나 키우는 게 쉽지 않아."

"그렇죠."

"요즘 애들은 너무 버릇이 없어. 부모 말을 안 들어."


히라야마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럴 땐 어떻게 하시나요?"

"때려야지. 안 그러면 말 안 들어."


미야자와의 눈빛이 거칠어졌다.


"사모님은 뭐라고 하십니까?"

"그 여자? 그냥 모른 척해. 그 여자는 돈만 가져다주면 뭐든 상관 안해."


미야자와가 웃었다. 술에 취한 웃음이었다.


"여자들은 다 그래. 자기밖에 몰라. 딸이 맞아도 못 본 척하지."


히라야마의 주먹이 테이블 아래에서 쥐어졌다.


"그런... 건가요?"

"당연하지. 집에서는 내가 왕이야. 다들 내 말을 들어야 해."


그 순간, 히라야마는 20년 전으로 돌아갔다. 그때도 이런 남자가 있었다. 그때도 이런 이유가 있었다. 그때도 그는 참을 수 없었다.




다음 주 월요일, 사오리의 얼굴에 새로운 상처가 있었다. 이번엔 입술이 터져 있었다.


"사오리."

"네?"

"아저씨가 너를 다른 곳으로 보내줄 수 있을까?"

"무슨 말씀이세요?"

"친척집이라던가... 안전한 곳으로."


사오리가 고개를 저었다.


"없어요. 집 말고는 아무데도..."

"그럼 경찰은?"

"안 돼요!"


사오리가 급하게 만류했다.


"그러면 아빠가 더 화낼 거예요. 그리고... 저도 어디로 갈지..."


히라야마는 다른 방법을 생각했다. 하지만 합법적인 방법으로는 사오리를 구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불법적인 방법뿐이었다. 20년 전처럼. 30년 전처럼.




히라야마는 계획을 세웠다. 미야자와를 죽이는 계획이 아니었다. 그를 무력화시키는 계획이었다. 공장에서 '사고'가 일어나게 하는 것. 미야자와가 다치게 하는 것. 오랫동안 입원하게 하는 것. 그 사이에 사오리를 안전한 곳으로 보내는 것. 하지만 계획은 예상과 달랐다. 금요일, 미야자와가 평소보다 더 많이 마셨다. 집에 들어가서도 계속 마셨을 것 같았다.


토요일 아침, 사오리가 나타나지 않았다.

일요일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월요일 아침, 히라야마는 공장에 갔다. 미야자와가 없었다.


"사장님이 어디 가셨나요?"

"집에서 연락이 없어요. 이상하네..."


히라야마의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그날 저녁, 히라야마는 미야자와의 집으로 갔다. 문이 열려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비릿한 피 냄새가 났다. 거실에 미야자와가 쓰러져 있었다. 이미 죽어 있었다. 가슴에 칼이 꽂혀 있었다. 부엌에서 소리가 났다. 히라야마가 들어가 보니 사오리가 바닥에 앉아 있었다. 온몸이 피투성이였다. 눈은 초점을 잃었다.


"사오리..."


사오리가 히라야마를 올려다봤다.


"아저씨..."

"무슨 일이 일어난 거니?"

"아빠가... 아빠가 또..."


사오리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래서 제가... 제가..."


히라야마가 사오리의 손을 봤다. 칼에 베인 상처가 있었다.


"언제 일어난 일이니?"

"어젯밤... 일요일 밤..."


경찰은 아직 오지 않았다. 아무도 신고하지 않았다. 눈치챈 사람은 없었다. 히라야마는 결정했다.




"사오리, 잘 들어."


히라야마가 사오리의 어깨를 잡았다.


"너는 여기 없었다."

"하지만..."

"아저씨가 했다. 아저씨가 네 아버지를 죽였어."

"안 돼요!"

"잘 들어, 사오리. 너에겐 미래가 있어. 하지만 아저씨는..."


히라야마가 멈췄다.


"기억나니? 아저씨가 전과자라는 사실."

"네."

"아저씨는 이미 두 번 사람을 죽였다."


사오리의 눈이 커졌다.


"세 번째라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하지만!"

"괜찮다. 괜찮아. 이건 나를 위한 거야."


히라야마가 미소를 지었다. 20년 만의 진짜 미소였다.


"아저씨의 완벽한 하루들은... 모두 너를 위한 거였어."




히라야마는 증거를 조작했다. 자신의 지문을 칼에 묻혔다. 미야자와와 싸운 흔적을 만들었다. 자신의 옷에 피를 묻혔다. 사오리의 흔적은 모두 지웠다.


"이제 가거라."

"아저씨..."

"뒤돌아보지 마라. 그리고 이 일은 잊어버려."

"잊을 수 없어요."

"그럼 기억해라. 하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엄마한테도."


사오리가 울면서 집을 나갔다. 히라야마는 혼자 남았다. 시체와 함께. 하지만 그는 바로 경찰서에 전화하지 않았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미야자와의 시체를 차에 실었다. 그의 오래된 경차였다. 20년간 타던 차. 목적지는 다마강이었다. 도쿄 외곽의 조용한 강변.




새벽 3시. 다마강 강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히라야마는 미야자와의 시체를 강가로 옮겼다. 그리고 마른 나뭇가지들을 모았다. 불을 피웠다. 시체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검은 연기가 하늘로 올라갔다. 히라야마는 불 앞에 앉아서 지켜봤다. 한 시간, 두 시간. 불길이 사그라들 때까지. 이것은 단순한 증거 인멸이 아니었다. 이것은 의식이었다.

히라야마라는 남자를 태워 보내는 의식이었다.

그의 완벽한 일상을 태워 보내는 의식이었다.

그의 평화로운 20년을 태워 보내는 의식이었다.

불길이 완전히 꺼졌을 때, 히라야마도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미스미 다카시만 남았다.




미스미는 강가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경찰서입니까? 시체를 발견했습니다."

"어디서요?"

"다마강 강변입니다."

"어떤 상태인가요?"

"불에 탄 상태입니다."


경찰과 소방서가 도착했다. 미스미는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신고하신 분이십니까?"

"네."

"어떻게 발견하셨나요?"

"산책하다가 냄새가 나서..."


경찰은 의심스러워했다. 새벽 5시에 강변 산책이라니. 하지만 미스미는 침착했다.

"혹시 이 사람을 아십니까?"


경찰이 타다 남은 시신의 신분증을 보여줬다. 미야자와 겐지.


"모릅니다."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완벽한 거짓말이었다.




사흘 후, 미스미는 경찰서에 나타났다.


"미야자와 겐지를 죽인 사람이 저입니다."

"어떻게 죽였습니까?"

"칼로 찔렀습니다."

"어디서요?"

"그의 집에서요."

"그런데 시체는 왜 강가에서 발견됐습니까?"

"제가 옮겼습니다."

"왜요?"

"증거를 없애려고..."


수사관들은 혼란스러워했다. 완전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왜 자수를 하는가? 하지만 미스미의 진술은 사실과 일치했다. 시간, 장소, 방법 모든 것이.


"왜 죽였습니까?"

"돈 때문입니다."


경찰서에서 미스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30년 전 살인 전과자 미스미 다카시.


"왜 미야자와 겐지를 죽였습니까?"

"돈 때문입니다."

"어떤 돈?"

"제가 공장에서 훔친 돈을 들켰습니다."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믿을 만한 거짓말이었다.


"그래서 죽였다는 겁니까?"

"그가 먼저 나를 때렸습니다."


또 다른 거짓말이었다.


"시체를 왜 강가로 옮겼습니까?"

"증거를 없애려고..."

"불을 지른 이유는?"


미스미가 잠시 멈췄다.


"완전히... 사라지게 하고 싶었습니다."


수사관들은 의심했다. 하지만 모든 증거가 미스미를 가리켰다.




재판이 시작되었다. 변호사 시게모리가 배정되었다. 40대 중반의 성실한 변호사였다.


"정말 당신이 죽인 겁니까?"

"그렇습니다."

"이유가 뭡니까?"


미스미는 말을 바꿨다. 처음엔 돈 때문이라고 했다가, 다음엔 화가 나서라고 했다. 그 다음엔 우발적이었다고 했다. 시게모리는 혼란스러워했다.


"왜 계속 말을 바꾸시는 겁니까?"

"제가 그랬나요?"


간단했다. 진실을 감추기 위해서였다. 사오리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재판 중에 사오리가 방청석에 나타났다. 이제 18세가 된 소녀.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미스미와 사오리의 눈이 마주쳤다. 사오리가 작게 고개를 숙였다. 잘 지내냐는 무언의 인사.

미스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잘 지내고 있다는 안도.

그들 사이에는 어떤 말도 필요하지 않았다.

사오리는 알고 있었다. 강가에서 일어난 일을.

미스미가 아버지의 시체를 태워버린 것을.

히라야마라는 남자도 함께 태워버린 것을.

그 모든 것이 자신을 위해서였다는 것을.




사형이 선고되었다. 미스미는 웃었다. 마지막으로 시게모리와 면담할 때였다.


"변호사님."

"네."

"제가 정말 세 번이나 사람을 죽였을까요?"

"무슨 뜻인지..."

"첫 번째는 30년 전이었습니다. 여자를 지키기 위해서였죠."

"두 번째는 20년 전이었습니다.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였어요."

"세 번째는... 강가에서였습니다."


시게모리가 의아해했다.


"미야자와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니요."


미스미가 창밖을 바라봤다.


"제가 강가에서 태워 죽인 건... 저입니다."

"히라야마라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매일을 완벽하게 사는 남자였죠."

"그 남자는 불 속에서 죽었습니다. 미스미가 그를 태워 죽였어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의미 있는 죽음이었으니까."

"그 아이를 위해서였어요. 모든 것이."




사형이 집행된 날, 사오리는 대학교 입학식에 참석했다. 그녀는 미스미가 죽었다는 소식을 신문에서 봤다. 하지만 울지 않았다. 대신 작은 인형 하나를 샀다. 히라야마가 좋아했던 식물 모양의 인형이었다. 그날 밤, 사오리는 인형을 창가에 놓고 말했다.


"아저씨, 저 대학생이 됐어요."


바람이 불어 커튼이 흔들렸다.


"매일매일이 완벽한 하루예요. 아저씨가 가르쳐주신 대로."


사오리가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히라야마 아저씨."


그날 밤, 도쿄의 공중화장실들은 새로운 청소부에 의해 깨끗하게 청소되었다. 하지만 그 중 하나, 시부야역 근처의 화장실에는 작은 글귀가 남아 있었다. 벽면에 쓰인 작은 글씨.


"완벽한 하루들이 당신에게도 오기를." - 히라야마


그리고 그 아래, 다른 필체로 쓰인 글씨.


"고마워요, 아저씨." - 사오리


그 글씨들은 지워지지 않았다. 새로운 청소부도, 관리 직원도, 그 누구도 그 글씨들을 지우지 않았다. 마치 모든 사람이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처럼. 그 글씨들은 거기 있어야 한다고.

히라야마의 완벽한 하루들을 기억해야 한다고.

그의 마지막 선물을 기억해야 한다고.

사랑은 때로 이런 모습이라고.

완전히 자신을 지우는 모습이라고.

흔적도 남기지 않는 모습이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기억되는 모습이라고.


"매일이 완벽한 하루였습니다. 당신이 있었으니까."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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