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중얼

이 동상엔 '슬픈전설' 이 있어...

아이리스의 슬픈전설... 편집이 이렇게 무섭다

by 꼬불이

'아이리스' 가 방송한게 2009년이니, 벌써 16년이 됐습니다.

유튜브에도 많은 쇼츠들이 있고 그 밖에도 수 많은 밈과 패러디가 존재하는 '슬픈전설 드립!!'

얼마전, 신동엽씨의 짠한 형에 이병헌 배우님이 나와 중간에 생략된 감정씬에 대해 언급하신 걸 봤습니다.

16년이나 지났으니 '사실은 이랬다' 정도로 그 배경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일단, 슬픈전설로 남은 '슬픈전설' 짤을 보시죠.

스크린샷 2025-06-29 오후 12.13.34.png
스크린샷 2025-06-29 오후 12.13.44.png 뭐지 이 새퀴?????

단호박 같은 방어태세.

"슬픈전설이 있어."

"무슨 전설인데요?"

"난 전설따윈 믿지 않아."

"????????" ---> 뭐지 이 새퀴?


네. 당연합니다. 이 상황은 마치 블랙코미디 같은 진지하고 슬픈 감정을 폭소로 승화시키는..... -,.-;;;;;

드라마에는 런닝타임이 있고, 당시 그것은 광고 갯수와 직결되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야 하는 원칙이었죠.

대부분 촬영본은 런닝타임보다 길었고, 편집에서 잘려나가는 상황들이 어떤 화수는 1/3정도 되기도 합니다.

일단 많이 찍어두는 거죠. 편집이 그렇게 무섭습니다.


자.... 이제 극본을 보겠습니다.


S#1 다자와 호수

생각에 잠긴 채 호숫가를 산책하고 있는 현준.

현준의 반보 쯤 뒤를 선화가 따르고 있다.

승희와의 추억이 깃듯 곳이어서 인지 현준은 쓸쓸해 보이는 얼굴로 말이 없는데...

선화는 그런 현준의 옆모습을 지긋이 바라본다.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현준의 팔을 잡아보려는 선화.

몇 번을 머뭇거리며 망설이던 선화는 살며시 현준의 팔을 잡는다.

걸음을 멈추고 무표정하게 선화를 바라보는 현준.

현준과 시선을 교환하는 선화.

천천히 선화로부터 시선을 거두고 다시 걷기 시작하는 현준.

선화는 자신의 손을 뿌리치지 않는 현준의 팔을 보며 희미하게 미소 짓는다.

그렇게 걷고 있는 두 사람 앞에 다찌꼬 황금상이 보인다.

동상을 본 현준이 문득 걸음을 멈추고 멍하니 동상을 바라보는데....

홀린 듯 중얼거리는 현준.


현준 : 이 동상엔 슬픈 전설이 있어.

선화 : (현준을 보는)..........


하지만 현준은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고 멍하니 동상을 바라보고 있다.



S#2 다자와 호수 다찌고 동상앞(회상)

현준과 승희가 다찌꼬 동상앞에 있다.


승희: 이..동상엔 슬픈 전설이있어..

현준: ....

승희: 아름다운 다츠코와 그 연인 타로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어.

더 젊고 예뻐지고 싶었던 다츠코는 신비한 샘물을 마시고

마법에 걸려 여기 다자와 호수를 지키는 용이 되어버렸데.

현준 : .......

승희 : 그리고 타로도 다츠코처럼 저 멀리 도와다 호수를 지키는 용이 되었고...

그렇게 헤어진 둘은 겨울이면 이 호수에서 만나 사랑을 나눈데...

두 사람의 변치 않는 사랑으로... 이 호수는.. 아무리 추워도 얼지 않아.

현준 : (픽 웃는데)..

승희 : 왜 웃어?

현준 : 슬픈게 아니라...무섭다.

승희 : 왜?

현준 : 그 둘은 그냥 사랑하고 싶었던 건데...

결국 각자 다른 곳에 사는 괴물이 됐다는 거잖아.

승희 : 괴물? 그러네...괴물.

그러니까.... 더 슬프다.

현준 : 뭐가?

승희 : ..우리가 하는 일.... 계속 하고 있음...나도...현준씨도..언젠간...

그런 괴물이...될거 같거든.

현준: ......

승희: ......

현준: 우리...그만둘까?

승희: (쓸쓸한 미소)..이젠...그러구 싶어도..안되잖아.

현준: ......

(*회상 끝)



S#3 다자와 호수

선화 : 무슨 전설인데요?

현준 : ............

선화 : 얘기해 줘요.

현준 : (문득 정신을 차리고) 무슨 얘기?

선화 : 지금 그랬잖아요. 동상에 슬픈 전설이 있다고....

현준 : ..........

선화 : ..........

현준 : 난..전설 따윈 믿지 않아.


현준은 자신의 팔을 잡고 있는 선화의 손을 밀어 내고 혼자 걷기 돌아서 걷기 시작한다.

그런 현준을 바라보는 선화.




*이렇게 중간에... 주인공의 같은 장소에서 헤어진 연인과 나눴던 전설에 대한 회상을 한 뒤,

이어보니.... 폭소 는 안 나오시죠? ^^


편집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하지만, 이 짤이 16년이나 됐는데도 '전설의밈' 처럼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있으니...

그걸로 충분합니다! ^^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느릿느릿 한 공릉천 자도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