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데이 원카드 스토리텔링 팁 ]
‘엑스트라에게 대사를 주는 법’
형사가 살인 현장에 도착한다. 그런데 이웃주민1이 말한다. “이 집 아들이 히키코모리였어요.” 이웃주민2가 거든다. “사람 때려서 감옥 갔다 왔다던데.” 이웃주민3이 결정타를 날린다. “그 아들이 범인일 거예요.”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가? 이름도 없는 엑스트라 셋이 사건을 다 정리해버렸다. 주인공 형사는 뭐 하러 온 건가?
초보 작가들이 가장 흔하게 저지르는 실수다. 숫자 붙은 엑스트라에게 핵심 정보를 몰아주는 것. 편하다. 주인공이 직접 추론하고 발견하게 만들려면 머리 아프니까. 그냥 이웃주민들 입에서 다 나오게 하면 끝이니까. 하지만 이 순간 당신의 주인공은 죽는다.
살인의 추억을 보자. 박두만 형사가 용의자를 조사할 때, 주변 사람들은 단편적 정보만 준다. “그 사람 괴팍해요.” “낮에 일하고 밤엔 집에 있어요.” 그게 다다. 그걸 가지고 박두만이 직접 추론하고, 판단하고, 실수하고, 좌절한다. 이웃주민A가 “그 사람 범인 맞아요, 저 야간에 수상한 거 봤거든요” 같은 대사를 하는 순간? 박두만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
브레이킹 배드도 그렇다. 제시 핑크맨 주변엔 수많은 마약쟁이들이 나온다. 하지만 그들은 절대 사건의 향방을 결정하지 않는다. “월터가 위험한 놈이야, 조심해” 같은 핵심 정보를 던지지 않는다. 그냥 중독자일 뿐이다. 정보는 오직 주인공급 캐릭터들이 발견하고 전달한다.
록키를 보자. 록키 주변엔 동네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들은 배경일 뿐이다. “록키, 넌 할 수 있어!” 같은 동기부여도 안 한다. 그건 에이드리언의 몫이다. 이름 있는 캐릭터의 몫이다. 동네 사람1,2,3은 그냥 지나간다. 주인공의 여정을 방해하지 않는다.
왜 이게 중요한가? 주인공이 주인공인 이유는 그가 능동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사건을 해결하고, 진실을 발견하고, 선택을 내리는 사람이어야 한다. 엑스트라가 그 일을 대신하는 순간, 주인공은 구경꾼이 된다. 관객은 구경꾼을 응원하지 않는다.
오늘 당신의 대본을 펼쳐라. 숫자 붙은 인물들의 대사를 확인하라. 그들이 사건의 단서를 주고 있는가? 주인공이 알아야 할 정보를 먼저 말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지워라. 그 정보를 주인공이 직접 발견하게 만들어라. 아니면 최소한 이름 있는 조연에게 주어라. 엑스트라는 배경이다. 배경이 앞으로 나서는 순간, 이야기는 무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