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처럼 사라져야지
남들이 차량으로 도보로 출근길을 재촉하는 모습을 보면서 스타벅스 창가에 찌그러져서 하루를 시작했는데, 어느새 어둠이 스며들고 또다시 차량으로 도보로 퇴근하는 이들을 보고 있다. 나도 스벅에서 퇴장, 퇴실 뭐라도 상관없다. 그저 연기처럼 사라질 시간이다. 텀블러의 남은 커피를 버리고, 아이패드에 연결된 케이블을 뽑고, 케이블은 케이블 대로 파우치에 넣고, 아이패드도 다시 파우치에 넣고, 헤드폰도 파우치에 넣고, 아 귀찮아. 그래도 하나하나 차근차근 정리해야지. 그렇게 짐을 싸고 스타벅스를 나서야겠지.
뭔가 뿌듯한 일이 반복되면 좋겠는데, 그냥 매번 야심 차게 방문해서 허무하게 사라지는 것이 주된 일과다.
그래도 스벅에 안 오는 날은 나의 나름 전용공간이 그립긴 하다.
직장인들은 퇴근을 손꼽아 기다리고, 또 주말을 손꼽아 기다리지만, 나는 막상 퇴실이 신나거나 즐겁진 않다.
다만, 매일 출퇴근하듯이 꾸준하게 계속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