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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작자의 수레바퀴 Aug 18. 2023

결혼과 출산

생각보다 맛도 없는 광장시장에 들렀다.

그리고 그냥 아무 노점에 앉았다.

다짜고짜 눈탱이를 친다.


자리를 박차고 나와 그냥 다른 아무 노점에 앉았다.

정직하다.

처음처럼을 시키고, 안주는 아무거나 시켰다.

어차피 안주는 먹지 않으니까...

처음처럼을 시켰지만, 그냥 참이슬을 준다.


역시나 평균연령은 64.2세고, 여기서 나는 그냥 아우, 젊은이, 뭐 기타 등등이다.

조용히 쳐마시다 갈 생각이었는데, 나를 기준으로 좌우로 아저씨들끼리 대화가 난리다.

한 명은 자칭 여행좆문가라서 여기저기 동남아를 추천 중이고,

한 명은 자칭 여행마니아라서 여기저기 패키지스러운 곳만 나불댄다.


자리를 바꾸고, 구석에 찌그러져서 술을 퍼마시고 있었다.


그러다 노점 사장님, 그리고 인근 다른 노점 사장님과 막걸리 잔을 기울이게 되었다.

결국 결혼 얘기가 나왔다.

내가 먼저 난 결혼 생각이 없다고 했다.


물론 그 두 분은 나이가 우리 엄마뻘이었다.

그랬더니 혼쭐을 내셨다.

일단 결혼도 해보고, 결혼을 해서 애도 낳아봐야 한다는 옳은 말씀을 하셨다.


난 고집스럽게 내 논리를 내세우지 않았다.

결혼을 안 했든, 못했든 상관은 없었다.


그냥 처음 본 내게 아들 같아서, 혹은 오지랖이라도 건네는 잔소리가 정겨웠다.


돌아오는 길에 3개월 만에 누나한테 연락을 했다.

누나도 결혼을 안 했다.


우린 사실 엄마의 그동안의 축의금을 회수하지 못한 불효자, 불효녀다.


누나랑 왕십리 집 근처에서 만나서 오랜만에 생맥주를 들이부었다.

누난 코로나가 끝난 이 판국에도 여전히 마스크 부작용으로 얼굴이 피부가 별로였고,

최근에 스트레스로 인해서 몸이 상해 보였다.


누난 최근 사업장을 옮겨서 열일 중인데, 고민이 많은 듯했다.

누난 사실 맥주도 잘 마시지 못한다.


하지만, 누난 여행을 인도하고, 전도했다.


암튼 오늘 하루는 꼭 탈 서울을 하지 않아도 뭔가 알찼다.

술은 술대로 처먹고, 밥은 밥대로 배불렀으며, 혼쭐은 혼쭐대로 났고,

귀가도 잘했으니 말이다.


결혼을 했다면 그리고 애가 있었다면 또 다른 삶을 살았겠지만...

그냥 지금도 나쁘지는 않다.


가을에는 떠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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