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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작자의 수레바퀴 Aug 11. 2023

나만 멈춰있다. 여행이.

계획대로라면 난 지금 나고야든 방콕이든 둘 중에 한 군데에서 오래간만에 이국적인 경치에 정취에 취해서 비틀대고 있어야 할 판이다. 현지 맥주든 현지 음식이든 무엇이든 입속에 부어 넣으며 말이다.


현실은 일을 하고 있고,

현실은 학원을 다니고 있으며,

현실은 모기에 뜯기고,

현실은 도서관 책반납 독촉문자에 시달리며,

현실은 너무 더워서 하루에 샤워를 약 3회 하는 중이고,

현실은 몸속 전체로 외로움이 전이중이다.


예전의 나라면 앞뒤 보지 않고, 비행기표를 끊었을 것이다.

지금의 나는 앞뒤좌우 다 살피고, 다시 검토한 후에, 비행기표만 알아보고 포기하고 있다.


추후도모도 아니다. 기약 없는 내일의 여행이 되어버렸다.


선선한 가을에 떠나도 그만이라며 자책 중이다.

휴가날만을 기다리는 군장병이, 바로 전날 부대의 훈련소식에 휴가를 취소하는 느낌이랄까?

정확하게 상병 달고 포상휴가로 온갖 계획을 다 짰을 때 느낌?


여행을 못 가는 이유는 자명하다.

그냥 돈이다.


고민하는 이유도 답은 하나다.

그냥 돈이다.


돈이 넘쳐흐르면 고민할 이유가 없다.

아무 때나 언제고 떠나면 그만이다.


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니까, 망설이고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가 늙고 병든다.

그나마 지난날 앞뒤 안 가리고 그냥 내질렀던 여행으로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이미 맛본 여행이라, 곱씹을 만큼 곱씹어서 새로운 여행고기가 필요한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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