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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작자의 수레바퀴 Oct 15. 2023

紛失

이어폰을 잃어버렸다. 정확하게는 에어팟 프로 1세대다.

작년 3월경에 구매해서 잘쓰고, 사실 소모품이라 슬슬 조짐이 보였다. 조짐이 보인다는 것은 배터리덕분에, 풀충전을 해도, 예전의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잃어버린 날짜는 지난 금요일 새벽 2시경으로 추정된다.

뒤늦게 동선을 파악해봤지만, 일단 동선의 발자취인 술집과 중국집은 아니란다.

그럼 택시라는 뜻인데, 택시라면 사실상 내 품으로 돌아오는 것은 불가능이다.


살면서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은 경우는 잘없다.

그게 소소한 볼펜이든, 애착의 갓 구매한 아이폰이든 말이다.

잃어버리려고 애써도 다시 악착같이 돌아오는 물건도 있는 반면에,

애지중지하면서 잃어버리려고 하지 않아도, 내 의지랑 상관없이 잃어버리는 것들도 있다.


결국은 일희일비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돌아올 물건은 내가 애쓰지 않아도 돌아올 것이고,

분실할 물건은 내가 애써도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분실을 합리화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물건따위에 애착이나 집착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어차피 더 좋은 것, 더 신형, 더 쌔 거를 사면 그만이다.


이런 애착과 집착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에 더 갖는 것이 맞다.


그냥 살아가면서 깨지고, 없어지고, 하지만 결국 돈으로 다시 살 수 있는 것들에는 일희일비할 이유가 없다.

다시 사면 그만이니까...

다시 살 수 없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것들에 더 집착하고 애착해야만 한다.


분실은 결국 물건의 집착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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