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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작자의 수레바퀴 Jun 29. 2024

세월의 유속

눈 떠보니 이별은 아니고, 눈 떠보니 사십 대다.

곧 다가올 나의 오십 대와 육십 대를 생각하면 난 매우 젊디 젊고 영보이에 속한다.

아흔 살이라고 내 수명을 막연하게 전제해도, 이제 겨우 반환점을 돌았고 이제 겨우 전반전일 뿐이다.

와닿지도 않는 얘기다.


여전히 지난 날의 젊음을 그리워 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노릇이다.

돌아갈 수도 없고 그냥 그리워할 뿐이다.

멈춰있던 시간들이 있었다.


재수하면서 종로학원의 b03 친구들은 내가 나이트가고 야구장가고 이성에 눈만 뜨고 병신 짓을 일삼을때, 본인이 원하는 대학에 심지어 장학금으로 입학하고 있었다. 당연한 결과다. 그들은 열심히 미친듯이 공부했으니까, 재수학원은 유흥의 공간이 아니니까...


그렇게 맞이한 삼수는 시간이 멈춰있었고, 올해도 망하면 군대에 고졸로 끌려가야한다는 그 때 당시의 대학 안나온 사회의 실패자로 맞 볼 시간이 두려웠지만 삼수의 일 년은 엄청 길게 느껴졌다. 물론 또 실패했다. 나와 공부는 맞지 않는 것이고, 공부를 함에 있어서 노력을 하지 않고 결국 2 년이라는 시간을 낭비했을 뿐이니까 말이다. 그렇게 삼수의 시간은 멈춰있었고, 결과도 최악이었다. 누구를 탓할 수는 없다. 내 탓이니까...


오히려 남들이 흔히 말하는 국방부의 시계는 멈춰있을 것 같은 군대는 시간이 잘갔다. 아이러니하지만 그냥 군생활은 재밌었고, 즐겼고, 큰 어려움 불편함도 없었고 잘 적응했다.


가장 최근에 멈춰있던 시간은 주말 편의점 알바였다. 

5시간씩 사흘을 하면서 주 15시간만 하던 것을, 별로 어려워보이지도 않아서, 토일 주말에만 9시간을 추가했다. 하지만 심야에 일하는 것은 역시나 못할 짓이었다. 그렇게 심야는 하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하고 해떠있을 시간에 일을 하기로 다시 마음을 먹고 주말 10시간 이틀, 20시간만 일하기로 했다가 추가로 14시간을 하기로 해서 결국 하루에 17시간 이틀 34시간을 하는 알바를 했다.


사실 주말만 하는 것이고, 큰 어려움은 딱히 없었다. 그냥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하지만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시간낭비의 생각이 가장 컸다. 돈을 벌지만 내 시간을 좀 먹는 느낌.

결국 10월에 개인 스케줄을 핑계로 그냥 그만 뒀다.


가장 안가는 시간은 그냥 일하는 시간이다. 그것도 하고 싶지 않은 일의 시간말이다.

감옥은 가지 않아서 논외고, 그외에는 일하는 시간이다. 아니 오히려 일을 하면 시간은 간다. 일하면서 아무것도 안할때가 시간이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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