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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작자의 수레바퀴 Mar 17. 2024

분실과 구입

물건을 그렇게 쉽게 잃어버리지는 않는 편인데, 최근에 아니 벌써 6개월이 다되어가는데 에어팟 프로를 분실했다. 그날의 행적을 역추적해서 이곳저곳 연락했지만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처럼 사라졌다. 거의 18개월을 썼고, 소모품이라서 개의치 않으려고 했으나 어찌되었건 분실한 것은 사실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여행 중에 박지성 국대 유니폼을 분실했다. 이또한 어디서 분실했는지 추정은 가능했으나 확실한 기억은 없다.


둘 다 술 때문이었다. 


물건에 애착이나 집착은 없는데, 분실은 참 그렇다. 뭔가 파손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어차피 한 번 산 물건을 안 잃어버리고 잘 관리해서 잘 쓰면 그만이지만 또 그렇지도 못하다.


세탁기를 떠나보냈다.

내 기억으로만도 20년이 넘은 세탁기다. 그동안 얼룩지고 찌든 옷들을 무수히도 세탁했고, 심지어 설날에 만두를 위해서 만두소의 탈수까지 해주었다. 거의 인공호흡기만 붙어있었음에도 붙잡고 있었던 것은 워시타워를 구매하기 위해서였다. 지금 사는 곳에서 계약기간이 길어야 9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워시타워를 염두해두고 있는데, 통돌이를 들이는 일이 애매한 포지션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마트에서 오늘 설치한 동일한 모델의 전시품을 15만 원은 싸게 가져가라고 했었다. 솔깃했지만 확 내키지는 않았다. 중고품에는 늘 색안경을 끼기 마련이다. 잘사면 좋은데, 그 잘이 참 스트레스로 이어지니까 말이다. 세탁기 가격이 내려갈 것 같아서 수시로 가격추이를 들여다봤지만 그럴 생각은 없어보였다.


그냥 나름 내 적정선에서 그냥 구매를 해버렸다. 구매를 하고 거의 열흘이 다 되어서야 설치가 이루어졌다.

물론 설치도 난관이 예상되었다. 일반 사다리로는 올릴 수 없고, 스카이를 써야만 가능한 곳이니 말이다. 하지만 설치기사가 경험이 축적되어서인지 완벽하게 준비해와서 생각보다 설치는 순조로웠다.


물건에 대해 집착은 없는데, 유독 이번 세탁기를 포함해 과거 골드스타 전자레인지, 또 엘지 냉장고등은 폐가전이라고 불리며 떠나보내는 마음이 안쓰러웠다. 무언가 필요없어지니까 철저하게 처절하게 버려지는 느낌.

비단 물건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는지는 모르겠다.


사실 물건은 그냥 돈이 있으면 보통 살 수 있다. 나름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존재하긴 하지만 거의 돈으로 다 된다. 사실 저 기존 세탁기도 이미 폐가전으로 보냈어야했다. 붙잡고 있는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으니까 말이다. 


핸드폰은 거의 일년 주기로 출시가 된다. 해마다 바꾸는 것은 아니지만, 해마다 바꾸고는 싶다.

핸드폰을 제외한 가전제품은 주기가 길다. 특히 집안에서 이동이 없는 것들은 거의 십 년 이상은 너끈하다. 그리고 요즘은 다들 자기 집이 아닌 이상은 가구나 가전을 들이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그것이 구매까지 이어지지 않는 것인지 냉장고, 세탁기, 티비 등의 가격이 생각보다는 저렴했다.

핸드폰에 비하면 말이다.


그만큼 수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 한 번 사서 쓰면 오래가니까 그런 것일수도 있다.

자동차 시장도 마찬가지다. 가솔린과 디젤의 주도하던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했다. 바로 전기차.

전기차가 시장을 삼킬듯했지만 특성상 배터리가 겨울엔 쥐약이라서 상승세가 이미 꺾인 추세다.

기존의 가솔린과 중간의 하이브리드가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다.


전기차도 어쩌면 여전히 초기시장이라서 시행착오는 당연히 존재할 것이다.

최소 한 번 충전으로 서울에서 부산 왕복은 가능해야 살 맛이 날 것이고, 그게 아니더라도 전기차 충전소의 인프라가 더 구축이 되어야하겠지.


아무튼 에어팟 프로는 여전히 분실중이고, 세탁기는 교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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