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에는 정말 임자가 있나 보다.
어제 오후 6시가 조금 넘어서, 모니터를 쳐다보고 있는데 맥북에서 문자가 온다. 키보드 구매 의사를 비추는데 평소와 다를 바가 없다. 팔렸냐고 묻는 질문에 3초 만에 아직이요라고 보내자마자 다시 구매의사를 명확하게 밝힌다. 그리고 본인은 오늘 밤이나 내일 아침이 가능하다고 얘기한다. 명확하고 정확해 보인다.
내가 거래 동네로 언급한 왕십리, 건대 둘 다 좋다길래 대놓고 난 군자라고 말해본다. 바로 또 답장이 온다. 본인은 상봉이라며 차를 끌고 온다고 한다. 나쁘지 않다. 아니 기분이 좋다. 뭐라도 더 챙겨주고 싶지만 줄 것은 없다.
지금 당장 오라고 문자를 보내니 가족과 식사를 한 후 9시쯤 방문하겠다고 한다. 느낌이 나쁘지 않다.
몇 마디 나눌 기회가 있다면 내가 써 본 장단점을 언급해주려고 생각 중이었다. 장소를 알려주고는 얼마 지나서 8시쯤 문자가 온다. 조금 일찍 8시 20분경 도착한다고 한다.
풀박스로 세팅을 해놓고 대기를 타는데, 8시 17분쯤 전화가 온다. 집 앞 주민센터에서 그를 만났고, 그의 k3 차 트렁크 뒤에서 몇 마디를 나눈다. 맥북에서 허브 없이 다이렉트로 연결하라고 조언을 해주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그렇게 몇 분 채 안돼서 입금을 해줬고, 그걸 확인하고는 쿨하게 사라졌다.
그 뒤로 약 18차례 문자를 주고받았다. 서로 감사하다는 얘기였다. 그리고는 다시 한참 뒤에 또 연락이 왔다. 오히려 본인의 허브에 다른 케이블을 쓰니 더 잘된다는 얘기였다.
그는 영상 관련 일을 한다고 했다.
키보드를 좋은 청년으로 추측되는 젊은이에게 잘 팔아서 나도 기분이 좋고, 그도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는 당근이라도 온도를 높여드렸을 거라고 마지막 문자를 보내기에 나 또한 이렇게 남겼다.
마음만은 무척이나 당근입니다
키보드를 중고나라에 올리고 거지 같은 것들을 상대하느라 약간 아니 많이 짜증이 솟구쳤는데, 이 청년을 만나기 위한 과정이 아니었나 싶다.
덕분에 중고거래 후기를 여기에 쓰고 있다.
다시 한번 쿨 거래를 해 준 쿨가이에게 감사를 표한다.
물론 키보드를 판 돈은 고스란히 15일까지 해야 하는 자동차 검사비와 기름값으로 사라지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