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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작자의 수레바퀴 Jul 15. 2024

여행지 숙박에 관하여

일본

체력적 부담이 덜하던 지난날에는 숙박이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사실 돌이켜보면 숙소에서 자는 시간이 보통 4시간 남짓이었다. 연박의 경우는 체크아웃을 하루정도 쉬어갈 수 있다는 편리함 덕에 어지간하면 숙소를 안 옮기면 편한 이점도 있다.


이번 여행은 예전 초심으로 돌아간 여행이었지만,

문제는 난 예전의 젊음도 체력도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그때보다 돈과 열정은 더 줄었다는 것이다.


여행의 절반은 항공편과 숙박이다.

준비라는 것이 딱히 없다.

나 같은 계획이 없는, 계획을 못하는 인간에겐 더더욱.

비행기는 일단 끊었다.

첫날 숙소가 문제였다.

돈을 별로 쓰고 싶지 않았다.

일반 그냥 호텔. 그러니까 그냥 만만한 3성급이겠지.

이런 호텔은 내가 간 도쿄 기준으로 13만 원선이었다.

고작 하루 아니 자는 시간 4시간 남짓이라면, 너무 아까웠다.

그냥 짐만 놓고 씻고, 잠깐 쉬는 조건으로 평점과 리뷰가 엉망진창인 캡슐호텔을 예약했다. 문제는 아고다에서 결재처리에 문제가 생겨서 이중으로 예약이 되었다는 점이다.

문제는 아고다의 환불은 그냥 안된다고 보면 된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은 3만 원 미만의 숙소들 이어 소 그냥 하나는 버리면 그만이지만 배는 아팠다. 초밥을 한 끼 먹을 수 있는 금액이니 말이다.


늘 기대를 안 하면 결과는 낳다는 말은 괜히 있는 게 아닌가 보다. 신주쿠거리를 백팩을 멘 채로 그냥 걸었다. 딱히 생맥주도 안 당기고, 그냥 걷다가 편의점에서 생수와 콜라, 포카리만 연신 들이키고는 오후 10시쯤 체크인을 하러 갔다. 핸드폰 충전도 필요했고 무엇보다 씻어야만 했다. 깔끔함이 아니라 찝찝함을 지워야만 했다.


숙소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우리나라 찜질방 느낌인데 잠은 캡슐에서 자면 되는 느낌이다. 찜질복 같은 옷과 수건을 준다. 가장 좋았던 것은 목욕탕이었다. 일본의 목욕탕 문화가 우리에게 그대로 온 것인지 그냥 익숙했고, 암튼 내게는 감사했다. 말끔히 씻고 또 나가서 신주쿠 거리를 방황했다.


이제 이런 사람이 붐비는 곳은 편하지가 않다. 존늙이라는 뜻이다. 그래도 씻고 눈 붙일 수 있는 곳이 어딘가? 체크아웃 전에 또 한 번 말끔히 씻고 나왔다.


문제는 남은 이틀이 주말이라는 것이다. 숙박비는 당연히 비싸다. 도쿄를 살짝 벗어나보기로 한다. 요코하마 숙소를 검색했다. 가격이 5만 원대다. 심지어 좋다. 독립된 공간의 싱글룸인데, 또 목욕탕이 있다. 냉큼 예약했다. 몸도 마음도 고작 하루에 지친 상황이라 오늘은 쉬어가기로 한다.


요코하마로 가는 것도 일이다. 도쿄 지하철은 복잡하다. 구글이 시키는 대로 하면 되는데 꼭 중간에 내 멋대로 하니까 말이다.


그렇게 체크인 한 시간 전에 호텔에 도착했다.

동네도 한적하고, 그냥 쉬면 참 좋을 것 같았다.

호캉스 같은 것이다.


체크인을 하고 21층을 배정받았다.

4층에 목욕탕에서 피로를 풀고, 근처 마트에서 초밥랑 맥주를 사서 숙소에서 먹었다. 세상 행복했다. 그러다 졸리면 잤다가 다시 일어나서 근처 가봐야 한다는 차이나타운과 공원을 거닐고는 다시 돌아와서 또 목욕을 하고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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