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직장인들이 퇴사를 하고 가장 먼저 하고 싶어 하는 일 중에 하나는 바로 여행이다.
짓눌려있던 억눌려있던 휴가 같은 여행 말고, 장기간 여행을 꿈꿀 것이다.
실제로 대학생이 아니면, 이직텀이 아니면 장기여행은 직장인에게 정말 힘든 일이다.
남들 다쉬는 연휴에 연차를 붙여서 비싼 항공권을 끊어서라도 떠나고 싶은 것이 심리다.
나도 그만두는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당연히 1순위 아니 0순위는 여행이었다.
하지만 그동안의 내가 생각한 여행은 너무 막연한 동경에 가까웠고, 퇴사 후 여행은 사치라는 생각뿐이다. 물론 재직 중에 두 번 일본을 다녀오지 않았다면 차라리 요즘처럼 가을날씨에 딱이지만, 못 견디고 이미 두 차례나 다녀왔고, 여행경비를 모아두지는 않고 미친놈처럼 바로 신상 아이폰을 내질렀으니 여행은 이제 사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퇴사 후 여행이 지속되지는 않는다. 여행유튜버로 떡상을 하지 않는 이상, 모아둔 주식이 있지 않는 이상, 재테크에 능하지 않는 이상. 언젠가 경비는 떨어질 것이고 다시 인천공항으로 돌아와야만 한다.
그리고 남은 것은 줄어든 통장잔고와 공허함이다.
여행이 잘못은 아니다.
퇴사 후 여행도 잘못은 아니다.
그냥 재직 중에 휴가 다음날 복귀하는 것보다 퇴사 후 여행은 더 강력한 공허함이 도사린다.
참 어렵다.
한 번쯤은 다들 멀리 오랜 기간 떠나고 싶을 텐데, 현실은 재직 중이나 퇴사 후에나 녹록지가 않다.
그리고 또 미루면 나중에는 더 이상 가기가 힘들어진다.
패키지나 가야겠지.
현실은 냉정하고 냉철하고 엄격하다.
자꾸 돈 쓸 곳은 생기는데, 퇴사하면 돈이 없다.
여행은 재직 중에나 다녀오는 것이 답인지도 모른다.
돈이 웬수다.
여행이 무슨 죄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