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작자의 수레바퀴 Jan 27. 2022

고궁에 관하여_차분해지는 시간

궁서체는 거들뿐

마음이 어지럽고 혼란스러우면 스스로 자발적 차분함을 감행할 필요가 있다.

그럴 때는 그냥 고궁을 간다.

종로 3가 9번 출구쯤 나와서 창덕궁으로 300미터 정도를 걸어서 입구에 들어서면 이미 햇살이 눈부시게 비춰있는다. 창덕궁은 사실 창경궁을 가기 위한 발판 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창덕궁을 지나 조금은 더 내 어지러운 마음을 잠재워 줄 언덕을 지나 벤치에 앉아서 혼자서 광합성을 하면서 그래도 도심 속보다는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그냥 단 몇 분간이라도 멍을 때린다.


봄이나 가을이면 조금 더 눈요기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오히려 겨울도 그냥 나쁘지는 않다.


그렇게 다시 창덕궁과 창경궁을 나와 현대 사옥 옆 계동 길부터 정독도서관까지 이어진 그 길을 좀 걷다가 삼청동길로 접어들었다가 다시 경복궁으로 향한다. 경복궁도 좋긴 한데, 아무래도 메인 궁궐 이어서일까 늘 사람이 많다. 그래도 넓은 그곳에서 인적이 드문 곳에서 또 하염없이 걷고 또 서게 되면 사진을 찍어댄다.


어차피 혼자 가는 길이라 말도 필요 없고, 그냥 조용히 옛 선조들의 건축의 아름다움에 놀랄 뿐이다.


경복궁의 입구라고 할 수 있는 광화문을 지나 광화문 네거리를 조금만 벗어나면 덕수궁이 나온다. 덕수궁도 난 나쁘지 않다. 덕수궁도 좋고 그곳을 감싸고 있는 돌담길과 정동길도 좋고, 최근에 생긴 고종의 길도 좋다.

무엇보다 석조전이 정면으로 보이는 벤치에 앉아있는 것이 좋다.



현재가 고돼도, 가끔은 역사에 기대면,
이따금 미래까지는 아니어도, 숨 쉴 틈이 보인다.

가끔은, 이따금은 고궁에, 기대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ep1. 나에게도 밧데리 충전이 필요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