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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작자의 수레바퀴 May 02. 2022

짜장면이 진심인 곳, 두 번째

파주까지 굳이 짜장면을 먹으러 가는 일은 결코 없다.

정말 눈에 밟히는 것이 중국집이고, 그렇다고 자주 먹지도 않을 뿐이다.


날씨가 좋아서 봄이니까 5월의 첫날이고 주말이니까 차를 타고 좀 달리고 싶었을 뿐이다. 물론 어디든 사람은 많고 차는 막힐 테지만 그래도 집을 나섰다. 좀 전에 1부 예배를 다녀온 엄마랑 말이다.


사실은 그냥 내가 드라이브를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입맛은 없고, 밥 생각도 없어서 일단 파주 신세계 아웃렛으로 향했다.


모처럼 오랜만에 들렀고, 자유로는 생각보다 막히지 않아서 평소처럼 큰 교통체증 없이 아웃렛까지 당도했고, 운 좋게 늘 대던 나이키 매장 쪽 1층에 주차를 할 수가 있었다.


다소 바람이 불긴 했지만, 역시나 사람은 미어터졌다.

꼭 쇼핑을 하기보다 커플, 또 가족 단위로 주차가 무료로 가능하면서 하루 지낼만한 곳은 아웃렛이 제격이니까.


엄마랑 나도 오랜만이라 뭔가 내심 득템(?)을 하지 않을까 돌아다녀봤지만, 아무래도 어린이날이 좀 남아있어서 일까 빅세일 득템 할 만한 것은 딱히 없었다.


얼마 돌아다니지도 않았는데, 엄마가 배가 고프다는 말씀을 하신다. 평소에 외식을 하지도 않을뿐더러, 밖에서 먹는 음식이 입에 잘 맞지도 않아서 여행 중에도 식당 선정은 가장 어려운 일인 엄마와의 외출인데 말이다.


빠르게 메뉴를 정해 본다. 냉면은 탈락(추워서). 따뜻한 게 먹고 싶다는 데 그게 뭘까? 순댓국도 안 드시고...

그냥 가장 평범하고 그나마 엄마가 먹는 짜장면을 먹기로 한다.


지도에서 그냥 '중국집'이라고 쳐본다. 네이버 지도는 잘 되어있으니 그냥 가까운 뭐라도 나오겠지 싶으니까 말이다. 


어지간한 중국집에서 기본 메뉴인 짜장면은 어지간하면 다 맛있을 테고, 우린 일단 배고픈 상태니까 말이다.

아웃렛 주차장 후문으로 나와서 1분 거리에 중국집이 있다. 주차장이 애매하긴 한데, 그냥 적정히 잘 댔다.


엄마는 그냥 아웃렛 매장에 차를 대고 걸어오지 그랬냐는 말씀을 하신다. 도보로 검색했을 때는 20분이 소요됐다. 만약 또 20분을 걸었다면 배고픈 상황이라 엄마는 또 다른 말씀을 하셨을 것이다.


그렇게 중국집 락궁에 들어가 간짜장을 먹으려다, 그냥 짜장면 곱 1, 보통 이렇게 주문한다.

파주 촬영지 근처라서 그럴까? 벽면에 다소 오래된 연예인들의 싸인이 붙어있다. 다들 간짜장을 인정하고 있다. 


그렇게 얼마 되지 않아서 짜장면이 나왔고, 곱빼기는 좀 큰 그릇에 나오는 약간의 센스, 그리고 새싹인지 모를 푸른 잎이 올라왔으며, 다른 중국집과 다른 점이 있다면, 양파와 감자가 듬성듬성이 아닌 잔잔하게 깔끔하게 나오는 스타일이었다.


물론 면은 쫄깃쫄깃하며 온기가 그대로 양념과 뭉쳐져 있었다. 

난 내 방식대로 또 고춧가루를 뿌려서 몇 번 비비지도 않고, 일부러 더 소리를 내며 한 젓가락 들어 올리는데, 존맛탱이다.


내가 배고파서 그럴까? 전날 숙취 때문일까? 그냥 기분 탓일까? 아님 약간 날씨 탓일까?

나 혼자만 그런 것인지, 엄마에게 동의를 구해보는데, 엄마도 인정이란다.


그렇게 난 게걸스럽게, 빠른 시간 안에 곱빼기를 순삭 하고, 엄마는 엄마 페이스대로 천천히 느긋하게 식사를 마친다.


면이 불지도 않고, 면을 먹고 양념들이 지저분하게 남기지도 않는다.

깔끔하게 말이다. 옆 테이블 커플의 남자는 곱빼기를 시키고 거기에 밥도 비벼보는 것 같다.

그 테이블의 군만두도 내심 당겼지만, 짜장면 곱빼기로 난 이미 충분했다.


여전히 이 집의 짜장면이 절대적인 미각의 기준으로 맛있는 건지는 의문이다.

여러 가지 정황이 맞아떨어져서였을 수도 있다.


일단 무조건 엄마랑 나는 배고팠으니까 말이다. 어찌 되었건 하루 종일 이 짜장면을 첫 입으로 대했을 때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어, 그냥 글로라도 남겨본다.


아울렛을 들렸다가 혹시 허기지는 일이 발생한다면 추천을 감히 해볼 뿐이다.

일단 짜장면은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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