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증이 솟구치는 요즘이다. 갈증에는 당연히 맥주다.
적당히 땀을 흘려준 뒤에, 미온수로 샤워를 감행하고 가장 편안한 복장으로 김치냉장고 아니 그냥 딤채에 숙성해놓은 히야시 가득한 캔맥주를 한 캔 아니 네 캔은 마셔야 갈증이 조금은 잠재워지는 것 같다.
여행이 솟구치는 요즘이다. 여행에도 당연히 맥주였다.
술을 조금만 더 알았다면, 맥주에 국한하지 않고, 나라마다 고유의 술을 조금은 즐겼을 텐데, 술은 마시지만 술에 대해선 1도 모르니 주야장천 맥주로 대동단결이었을 뿐이다.
맥주도 중독이었다. 한 번은 동석이랑 40도가 넘는 피렌체 시내를 걷고 있었다. 정말 미친 듯이 더웠다. 로마의 더위는 또 뭐가 다른 건지 처음 느껴보는 온몸을 랩으로 또 감싸는 느낌의 더위였다. 우린 여행자니까, 여기는 여행지니까 갈증이 솟구치는 상황에도 당연히 물 대신 병맥주를 찾았다. 그냥 병맥주가 싸고 양은 더 많은 것 같아서 말이다. 사실 유럽은 마트에 시원한 맥주가 잘 없다. 꾸역꾸역 시원한 맥주를 찾기도 했지만, 그냥 급하면 적당히 덜 시원한 병맥주를 굳이 마시기도 했다. 물론 갈증의 해소는 커녕 몸에서 열만 더 일어나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역시나 가장 시원했던 맥주는 일본의 나마비루와 편의점 맥주였다.
맥주는 일본이 맛있다. 아사히, 삿포로, 싼토리, 기린 등등.
특히 쇼핑몰 지하나 골목 군데군데 가면 그냥 서서 먹는 나마비루 술집이 많다. 특히 낮에는 세일도 많이 해서 저렴한 가격에 저렴한 안주 몇 개 시키고 심지어는 해피타임에는 맥주가 무제한이기도 하다. 그냥 정말 맛있다. 라멘에 먹어도, 우동에 먹어도, 초밥에 먹어도 그냥 다 맛있다.
숙소에 저녁에 다시 들어가기 전에 널리고 널린 로손과 세븐일레븐에 방문해서 싸진 않은 캔맥주를 또 엄청 사서 마신다. 캔맥주도 맛있다.
심지어 선술집에서 파는 병맥주도 맛있다.
기억에 남는 맥주는 터키의 에페스와 프라하의 슈퍼 병맥주다.
맥주가 거기서 거기일 것 같지만, 여행 중에 마셔서일까? 그냥 참 달랐다. 한 번 맛 들인 낮맥은 걷잡을 수 없었다. 이스탄불 에미뇨뉴 역에서 고등어 케밥을 먹을 때도 에페스를 마시고, 그냥 계속 더우면 아무 가게나 들러서 캔맥주를 사서 마셔댔다. 물론 갈증은 캔맥주가 목구멍으로 들어가는 그때 순간뿐이었다. 맥주를 마신다고 갈증이 해소되는 일은 없다. 하지만 기분상으로는 갈증이 잠재워질 거라고 착각을 할 뿐이다.
프라하에서는 민박집 청년들과 인근 슈퍼에서 거기 있는 병맥주를 모조리 사 왔다. 프라하 아줌마한테 맥주를 짝으로 가져간 뒤에 짝을 반납할까도 생각했을 만큼 거기 맥주를 다 사 왔다. 체코도 맥주가 맛있다. 사실 우리나라가 제일 맛없는 것 같다. 그렇게 사 온 맥주로 밤과 새벽 그리고 아침을 맞이했다. 안주는 딱히 필요하지 않았으니까...
물론 요즘은 맥주의 계절이 돌아와도, 예전처럼 맥주를 자동차에 기름 넣듯 주유하진 않는다. 일단 배가 너무 부르다.
바야흐로 맥주의 계절이다. 한강에서 라맥, 야구장에서 치맥, 여전히 우리에게 익숙한 소맥.
지금도 아침인데도 맥주를 한 캔 때리고 싶긴 하다. 아! 여행지가 아니지 여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