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의 긴장
해마다 11월 말 12월 초에는 연례행사처럼 김장해야만 한다. 본격적으로 참여한 것은 10년도 채 안 되지만, 그 시작은 국내산 고춧가루 구매부터다. 당연히 고춧가루는 단 한 번도 싼 적이 없다. 늘 비싸고 발품을 팔아야 하는 요물이다. 운 좋게 11월 초에 양평 장날에 여주에서 고추 농사를 짓는 사장님의 고추를 아이템 획득하였고, 그게 김장의 시작이었다. 두 번째로는 절인 배추(절임 배추)를 구해야 하는데, 일찌감치 인터넷몰을 통해 잘 샀다 싶었는데, 김장을 2주 남겨두고 업체 측에서 연락이 왔다. 직원 중 코로나 확진자 발생으로 배추를 모두 폐기하고 환불을 해야 한다는 일방적인 통보였다. 원래 뜻대로 되는 일은 잘 없으니까, 감정적으로 불쾌한 마음을 억지로 잠재운 뒤에 재빠르고 신속하게 절인 배추를 주문했다. 그리고 먼저 배송받은 이들의 후기를 보니, 엉망진창이다. 그날 다 준비하고 배추가 최악으로 도착하면 정말 답도 없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김장 디데이가 다가왔다. 나는 엄마 옆에서 무거운 것이나 들고, 옆에서 보조나 해주면 그만인데 내가 더 긴장이 되는 상황이다. 배송조회를 해보니 우리 집 쪽 담당 배송 기사는 정오에서 1시에 보통 오는 것 같고, 엄마는 아침부터 아니 사흘 전부터 만발의 준비를 해놓은 상태다. 절인 배추의 공격이 들어오면 무자비하게 김칫소 폭격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옆에서 지켜보는 내가 봐도 빈틈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사진처럼 김칫소가 걸쭉해질 때까지의 시간과 절인 배추의 시간이 잘 맞물린다면, 좋겠지만 배추 상태가 또 관건이다. 이윽고 배추가 도착했고, 무사하게도 배추는 큰 하자는 없어 보인다. 새하얀 속살을 드러낸 배추가 김칫소의 무차별 공격을 두 시간 정도 당하고 나니 고작 김치통 5개의 결과물이 완성된다. 그제야 김장의 긴장이 풀린다. 해마다 나는 왜 김장하는지 모르겠고, 그 김장에 내가 왜 긴장을 하는지도 여전히 알 수가 없다. 올해도 무사히 그 상황은 종료됐고, 전리품으로 수육과 막걸리 그리고 김치를 엄마가 하사해주셨다. 하지만 김장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다음 주의 더 큰 일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