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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시선, 인생의 시선

by 홍작자

참 아이러니하게도 난 여행 중 일어나는 예상치 못한 일에는 한없이 관대하다.

그냥 여행이니까, 이게 여행이지!!


라며 지나칠 정도로 관대하다.

그리고 오히려 너무 순조롭게 모든 것이 착착 여행 중에 흘러가면 오히려 불안할 정도다.

비행기는 출발이든 도착이든 늦어야 제 맛이고,

맛집이라고 생각한 곳은 가는 날 휴무여야만 하며,

평점도 좋고, 사진상 무슨 수를 썼는지 좋아 보였던 숙소는 엉망진창이어야 할 것만 같다.

중간에 여행자를 노리는 현지인들에게 눈탱이도 한 번 정도는 맞아야 제 맛일 것 같다.


물론 아직까지, 지갑이든 여권을 분실한 적은 없지만 말이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난 살면서 일어나는 예상치 못한 일에는 한없이 막대한다.

일단 아주 소소한 일이라도 순조롭게 되는 적이 잘 없다.

입시는 삼수를 했어도 그냥 그랬고,

운전면허는 세 번을 떨어지고 겨우 붙었으며,

취직 때도 꿈에도 그리던 대기업 최종면접을 두 번이나 가서 고배를 마셨고,

내가 좋아하는 좋아했던 여인에게는 제대로 표현조차 못하고 가슴앓이만을 몇 번을 했고,

뭔가 나 혼자 안 풀리는 느낌을 솔직히 지울 수는 없다.


그렇다고 그냥 인생을 여행이라고 단순하게 치환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그냥 인생 참 별로다.

특히 요즘 더욱더 그런 생각이 지나치게 짙어지고 깊어진다.


여행은 아무리 거지 같아도, 오히려 지나고 나면 그런 시간들이 더 기억에 남는데,

인생은 그냥 계속 거지 같기만 하다. 분명히 아닐 텐데 말이다.

아직 인생 끝난 것도 아니고, 나영석 PD 책 제목처럼 어차피 레이스는 길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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