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서른, 아홉>을 보다가 전미도(정찬영 역)가
"내 인생은 시트콤이야."
라는 대사를 한다. 시한부 인생인데, 갑작스레 닥친 파란만장 에피소드를 '시트콤'이라며 웃는다.
인생이 시트콤이라는 이야기는, 내 친구가 내게 자주 하던 대사다.
"야! 네 인생은 왜 이렇게 시트콤이냐?"
시트콤 같은 카페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1
계단을 오르내리다 발을 헛디뎠더니 발목이 몹시 아파서 카페와 같은 건물에 있는 한의원에 갔다. 강남 한 폭판 건물에 있는 (비싼) 한의원이라 평상 시라면 가지 않았겠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인포에서 접수를 하는데, 카페 단골손님이 들어오는 게 보였다. 카페와 한의원이 같은 건물이니 단골손님을 만나는 일이 놀라울 일도 아니었다.
"어~안녕하세요! 침 맞으러 오셨어요? 저도 침 맞으러 왔는데..."
그런데, 손님은 꽤나 당황한 얼굴로,
"어. 어. 어... 그게, 저 여기 원장이에요."
"네?"
"모르셨어요? 그래서 잘해주신 줄 알았는데."
하...(깊은 탄식을 질렀다.)
"그럼 침 맞고 가세요." 그러던니 휭(이 휭~이 중요한데, 창피해서일까? 원장이라고 재는 걸까? 그 순간 기분이 안 좋았다.)~원장실로 들어가 버렸다.
단골손님은 한의원의 대표 원장이었고, 나는 직원 한의사에게 진료를 받았다.
진료를 마치고 다시 인포에서 진료비를 계산을 하는데 단골손님이자 원장을 또 마주쳤다. (단골 카페) 배너핏을 (살짝) 기대했으나 (안 그래도 강남이라 비싼데) 초진이라며 눈알 튀어나오는 진료비를 긁었다.
원장은, 그러고 보니 매일 카페에 들렀는데 (이게 아무것도 아닌 게, 강남역 그것도 삼성타운이라 하루에도 두세 번씩 카페를 들락날락하는 회사원들이 부지기수였다.) 같은 건물의 한의사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안 했다. 그런 상상을 왜 때문에?).
그날 이후에도 원장은 카페에 평상시처럼 매일 드나들었다. 원장이(단골손님이) 달라 보였을까?
아무 감정 없던 단골이었는데 이젠 (좀 싫은) 단골이 되었다. 이유는, 뭘까?
(단골 배너핏은 누리면서 한의원 환자로 온 나에게는 베풀지 않은 배너핏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