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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읽는 여자 Aug 31. 2020

일상의 작은 행복이었던 커피타임도 아웃

코로나는 작지만 확실했던 행복까지도 아웃시킨다

일상의 커피 한 잔은 직장인이든, 주부든 누구든 누릴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었다. 집에서 즐기는 일상에서의 커피 한 잔도 행복을 주지만, 카페에서 즐기는 커피 한잔의 여유야말로 진정한 소확행이었다. 큰돈 들이지 않아도 집과는 확실히 다른 커피 마시기 최적화된 인테리어가 무엇보다 발길을 끌었다. 특히나 나 같은 주부에게는, 일상과 다른 카페라는 다른 장소가 주는 낯설지만 안락한 환경이 좋았다. 어쩌면 <여행의 이유>에서 김영하 작가가 말한 대로 집은 상처 받은 곳이라, 집이 아닌 낯선 장소가 주는 무조건적인 위로 덕분인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집을 나와 만원 한 장만 있으면 커피 한 잔을 즐길 수 있는 카페라는 존재는 위로의 장소였다. 커피 맛보다 중요한 건 장소, 그 자체. 어찌 보면 시간을 낭비하는 장소, 그 사치스러운 나만을 위한 커피 한 잔을 낭비하는 그 장소가 좋았다. 커피 한 잔만 시키면 10분이든, 1시간이든 나만의 세계를 가질 수 있었다. 카페는. 카페가 주는 묘한 에너지가 있어 숨이 꼴깍 넘어가게 힘든 일상에서 그저 한 걸음 장소만 옮겼을 뿐인데 삶에 여유라는 에너지를 불어넣어준다.


그런데, 그 작지만 확실했던 행복이 아웃당했다. 당분간 카페는 머물러 가는 곳이 아니라 커피라는 물질의 구매만 가능한 곳이 되었다.


코로나는  작지만 확실했던 행복까지도 아웃시켜버렸다.


멀리 경치 좋은 야외 카페는 진즉에 마음에서 아웃시켰는데, 이젠 슬리퍼 신고 몇 걸음만 걸으면 닿았던 동네 프랜차이즈 카페도 가기 어렵게 되었다. 풍선효과로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인 카페가 몰릴 거라는 뉴스에 나의 단골 카페 사장님은 내게 어떡하면 좋냐고 물었고, 사장님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끝나는 9월 6일까지 휴업을 결정했다는 카톡을 보내왔다. 나는 사장님께 볶아놓은 원두는 어쩌냐며, 이미 만들어놓은 드립백은 어쩌냐며 걱정을 했다. 사장님은 월세가 더 무섭다 하셨다. 손님인 나는 내 눈에 보이는 것만 걱정했다. 아뿔싸... 죄송한 마음에 더 이상 말을 잇기 어려웠다.


그저 일상의 작은 행복을 바랐을 뿐인데 그 행복이 카페였을 뿐인데 그 행복이 산산조각 났다.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며 누리던 그 작은 행복, 언제쯤 다시 온전히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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