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60번째 생일 선물, 이탈리아 커피 여행
카페를 하던 시절, 커피의 나라가 궁금했던 나는 무작정 이탈리아 밀라노행 티켓을 구매했다. e- ticket을 볼 때마다 어찌나 설레고 기분이 좋던지... 그런데 달력을 보며 하루하루 날짜를 셈하던 중 엄마의 60번째 생일이 코 앞임을 발견했다. 일은 저질러야 수습도 되는 법이라는 나만의 무논리를 앞세워 당장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여권을 만들러 가고, 티켓 구매까지 일사천리 완료해버린다.
엄마는 해외여행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무려 한 달 살기도 해 본 적이 있지만 딸과의 해외여행은 처음이셨다. 그것도 '커피 여행'이라니. 여행은 최대한 느슨하게 짰다. 커피 여행도 좋지만 엄마의 60번째 생일 선물로 드리는 이탈리아 여행, 이게 더 중요한 타이틀로 변경되었으니까...
밀라노 말펜사 공항에 내려 일단, 호텔행. 이탈리아니까 호텔이니까 커피도 맛있을떼니까 시차 적응도 하고 쉴 겸 호텔 로비 카페에서 이탈리아 첫 커피 여행 스따뜨!!! 호텔 커피부터 맛있다. 엄마는 밤에 잠 못 주무신다고 패스하고 나만 에스프레소 한 잔을 주문해 마셨다. 시차가 무엇인가, 커피 한 잔에 내 몸은 금세 이탈리아에 적응한다.
둘째 날 일정으로 로미오의 도시 베로나에 가서 로미오의 집은 곁눈질로만 보고, 엄마와 베로나 거리를 어슬렁 걷다 130년 되었다는 동네 사람들만 간다는 카페에 들어갔다.
할머니들이, 멋쟁이 동네 할머니들이 모닝커피를 하러 오셨고, 그 사이에서 엄마와 카푸치노와 에스프레소를 시켜 마셨다. 어머나!! 친절 따위 없다. 바에 쨍 소리 나게 컵 받침을 세팅하더니 스푼, 설탕 기계처럼 놓고, 영수증 훑어 커피를 내놓는다. 형식은 철두철미하게 실용적, 형식에 실망한 나는 기대 없이 커피를 들이켠다.
어머낫!! 너무 맛있다!
엄마는 믹스 커피는 마셨지만, 에스프레소는 세상 처음! 에스프레소 입문자인 엄마도 맛있다신다. 그랬다. 이곳은 커피의 나라, 이-탈-리-아! 동네 카페 어디를 가든 맛이 보장되는...
피렌체를 가도, 나탈리를 가도 어디든 커피는 맛있었다. 엄마와 커피 마시며 골목골목 구경하고 벤치 보이면 앉아서 쉬고... 그러다 당 떨어지면 젤라토도 사 먹고... 괜찮은 식당에 들어가 코스 메뉴를 먹기도 하고... 때론 멋진 가죽에 반해 가방이며 신발이며 지갑을 털기도 했다.
이탈리아 여행 며칠이 지나자
"카페 두오"
라는 말도 익숙해졌다. 모퉁이만 돌면 나오는 동네 카페들의 커피를 한 방울이라도 더 내 심장에 담아야겠기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베네치아의 카페 플로리안의 커피 한 잔도 물론 감동적이고 맛있었지만, 그저 이탈리아 어느 어느 골목길 흔한 카페들의 커피 한 잔도 그에 못지않게 감동이었고 맛있었다.
감동받을 준비, 맛있게 먹을 마음의 여유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엄마와 함께여서 세상의 근심, 걱정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엄마는 가끔씩 얘기한다. 그때 이탈리아에서 마신 커피 생각난다고. 진짜 맛있었다고. 엄마와 가끔씩 카페에 들러 에스프레소를 시켜 먹으면 엄마는 말씀하신다. 그 맛이 아니라고. 맞다. 에스프레소는 이탈리아에 가서 마셔야 한다. 삶이 끼어들어 이젠 나만의 몸이 아니지만, 엄마의 70번째 생일 선물로 이탈리아 여행을 선해 드리고 싶다. 삶이라는 녀석이 부디 엄마 편이어서 딸과의 두 번째 이탈리아 커피 여행이 성사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