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을 마주하는 순간(고객편) #2
"부신다? 진짜 부시고 나갈거야!!!"
"네- 고객님. 차단기 파손하시면 고객님께서 변상해주셔야 해요. 주차요금 결제 후 출차 부탁드립니다."
"아니- 내가 여기 입주민인데 정기권 연장 늦게 좀 했다고 요금 내라는게 말이 되냐고-!"
"주차요금 결제 후 출차하시고 관리실로 정기권 연장하시면서 환불 문의하시면 됩니다."
"말귀를 못 알아듣네. 내가 입주민인데 주차요금을 왜 내냐고?!!"
제 말이요, 선생님. 말귀를 왜 이렇게 못 알아들으세요... 주차요금을 결제하고 관리실로 문의하시라니까요? 우리는 권한이 없다구요.
"나 그럼 그냥 나간다? 이거 부시고 나간다?"
"고객님. 차단기 파손하시면 고객님꼐서 변상해주셔야하고 그렇게 말씀하셔도 제가 열어드릴 수 있는 권한은 없어요."
"알았어! 나 그럼 그냥 나가고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끊어!"
그래- 네 마음대로 해라- 삼십분 가까이를 입씨름하다가 나도 모르겠다 하고 통화를 종료했다.
입주민이고 열받는 마음은 알지만 정기권을 미리 연장 안 한 본인 잘못은 왜 생각 안하나.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운영주체는 현장 관리단이지 주차시스템 회사가 아니다.
'부시면 네 손해지, 내 손해냐.'
통화 종료 후 CCTV를 보는데 씩씩거리며 문을 탁 닫고 탄 운전자는 그대로 빠져나갔다.
빠져나갔다?
어안이 벙벙해서 CCTV를 다시 한 번 보는데 차체라 낮은 외제차라서 차단기 밑으로 그대로 유유히 스윽 빠져나갔다.
의외의 상황에 오히려 당황한 쪽은 나였다. 이건 내가 열어준 걸까, 아닐까.
다행히 그 이후로 관리실에서 연락은 따로 오지 않았다. 진상강도를 봐서 관리실을 뒤짚어놓고도 남았을 위인이다. 차단기 밑을 스윽 빠져나간 경험을 이용해 타업체에서도 그러지 않기를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