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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물 Sep 03. 2023

운동의 의미 #마지막

행복한 70Kg


70Kg.


2월 퇴사 이후 7개월 가까이 시간이 지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내 체중은 핀이라도 꽂아놓은 듯이 70Kg 전후다.


좌절했던 적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일주일에 6일은 먹던 술을 1회로 줄이고 야식을 끊었고 한식 위주로 1인분 정도로 식사를 했다. 그리고 운동은 웨이트, 유산소 합해서 주 5~6회 정도 병행했다. 그리고 야심 차게 한 달 정도 후에 잰 체중은 똑같이 70Kg였다. 물론 체지방이 미세하게 줄었고 골격근량도 미세하게 올랐지만 프로필 준비하던 당시 매 월 3~4Kg씩 줄던 나에게서 벗어나지 못했던 나는 크게 실망했다.


우울해하는 나에게 당시 트레이너 선생님께서는 인바디 금지령을 내리셨다.


그리고 지금까지 가끔 유독 몸이 가볍게 느껴지는 날 헬스장의 체중계에 올라가 보는 것 말고는(이것도 지금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재지 않는다.


과녁에 박힌 화살처럼 내 체중은 여전히 7개월째 70Kg지만 안 맞던 바지들이 맞아가기 시작했다. 물론 살이 찌기 전 옷은 당연히 못 입는다. 그래도 고무적이다. 하나둘씩 옷이 맞기 시작하니 관점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요새는 플러스 사이즈 유투버들을 보며 옷을 하나둘 씩 산다.


걸려있는 예전의 내 옷을 입지 못해 마냥 박스티에 고무줄 바지를 입고 다녔던 예전에서 지금은 사이즈만 다르게 해서 원래 내 스타일대로 옷을 입기 시작했다.


메이크업이라고 하기는 뭐 하지만 다시 렌즈를 끼고 쿠션과 입술 정도 바르고 회사를 나가기 시작했다.


맞긴 하지만 고무줄 바지에 비해 불편한 옷을 입으니 앉는 자세도 달라진다.





나는 분명히 달라지고 있었다.


먹고 싶은 걸 먹되 과도하게 욕심내지 않는다. 먹고 싶은 걸 먹으니 식탐이 줄었다. 야식을 시키고 싶은 충동도 사라졌다. 


주 1회 정도로 음주를 한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갖는 일주일의 한 번의 술자리는 한 주간 고생한 나에게 주는 선물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수다를 떨며 즐겁게 먹는 술은 폭음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생각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9시간의 업무를 하고 퇴근하자마자 운동을 하고 오면 저녁을 먹기 바빴고 저녁을 먹은 후엔 잠에 들기 바빴다. 생각을 할 시간이 없었다.


줄줄이 늘어놓자면 끝이 없지만 주된 변화는 '나를 통제할 수 있는 마음의 체력'이 생겨가고 있다.




물론 무너지는 날이 없는 건 아니다. 최근에도 여러 가지 일들로 크게 아팠고 다시 약 용량도 증량됐다. 규직척인 생활과 운동만으로 버텨보려 했지만 여러 가지 사고를 치고 급기야 해서는 안될 일도 시도하고 난 후에 다시 병원을 찾았다.


그래도 운동은 꾸준히 갔다. 그리고 웃었다. 이게 무슨 소용일까 싶으면서도 애써 만든 루틴을 망가트리지 않으려고 꾸역꾸역 갔다. 목줄이라도 매달린 듯이 가서 운동을 하고 나면 웃게 되었다. 눈물이 찰랑이는 마음으로도 웃을 수 있는 힘이 됐다.




파워 리프팅.


다양한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헬스 안의 여러 가기 분야를 접하면서 가장 재밌게 느껴지고 성취감이 느껴지는 분야다.


성인이 되고 인생을 살면서 뚜렷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결과를 느끼는 경험은 극히 드물다. 그래서 그렇게 일과 올라가는 연봉의 수치에 목을 매달았었나 보다.('숫자를 넘어서는 목적' 참고)


재밌는 운동을 하니 더 이상 수치에 목매달지 않게 된다. 미세하게 그리고 아주 천천히 몸은 변해가고 있다.





삶을 온전히 살아가는 힘.


요새 내가 생각하는 운동의 의미다.


문득 생각해 보니 어떤 방식으로든 운동을 시작한 지는 2년이 넘는다. 그런데 이제야 재미를 느끼고 조금씩이라도 스스로 해보려고 노력하는 요즘이다.


운동은 온전히 나 자신을 마주하게 하게 한다. 결국은 내가 해내야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오롯이 나를 향한다. 살면서 내가 하는 노력의 백 프로가 나를 향하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너무나 소중하다. 


고로 당분간은 지금의 행복한 70Kg로 살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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