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합격과 글쓰기에 대한 고찰

방향성에 대하여

by 하늘물
브런치합격.PNG [브런치 합격 이메일]



'브런치 탈락', '브런치 작가 지원 후기' 등으로 검색해 글을 읽으며 출근하자마자 수시로 개인 이메일함을 들락날락거리고 있었다. 탈락 후기를 보고 있으려니 나의 글이 한없이 초라해보이고 소개, 동기 등을 너무 줄줄이 쓴 것 같아 후회중이었다. 여러번 시도 끝에 합격하신 분들을 보면 거의 책 출판에 가까운 수준으로 목차를 정리하고 당찬 계획을 밝히셨던데. 난 틀렸구나 했다.


어느 합격 후기를 보니 합격한 사람들은 보통 하루 이틀 내에 이메일이고 오고 탈락자에게는 조금 더 늦게 이메일이 오는 것 같다고 하셨다.(정확한 지는 모르겠다.) 오전 내내 이메일 함을 들락거렸으나 변함없는 이메일 목록에 역시 나는 탈락했구나. 하고 가슴 아픈 체념을 했다. 재도전을 할까말까에 대한 고민도 하면서.


점심 먹고 와서 이메일창을 닫으려니 브런치에서 온 메일이 있었다. 오마이갓. 합격 이메일이었다.


'퇴사'가 주제인 글은 너무도 많아 합격하기가 어렵다는 말이 대부분이어서 어느 정도는 체념하고 있었고 한편으로는 입사부터 퇴사까지 나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내놓을 수 없다는게 못내 아쉬웠었다. 합격 이메일을 열고 정말 자리에서 뛰어오를 정도로 기뻐했다.


지원했던 글은 '백수로 선택하다'로 올라와있는 퇴사한 당일의 생각과 느낌을 정리한 글이었다. 강력했던 기억인지 제법 술술 써내려갔고 몇 개의 오탈자를 수정하고는 바로 지원을 했다. '합격'이라는 두 글자를 보고 나니 일필휘지로 써내려간 글이었다고 생각하며 글쓰기에 제법 소질이 있는 것 아닐까하고 하루 내내 신나고 들뜬 기분으로 보냈다. 당장이라도 브런치 스토리의 메인을 장식하고 있는 다른 작가님이 된 느낌이었다.


상당히 자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현재 직장에서 가장 첫 루틴은 브런치에 글 올리기가 되버렸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넘쳐났고 제목과 짧게나마 몇 줄 끄적인 글들이 하나둘씩 작가의 서랍을 채워갔다. 개중에 발행을 하기도 하고 앉고 나서 새롭게 떠오르는 경험을 쓰고 발행하기도 했다. 그리고 브런치 스토리 앱을 설치 후 끊임없이 라이크잇 알림과 구독 알림을 보기 시작했다.


며칠이 된 지금 벌써 방향성을 잃어버린 기분이다.

물론 좋은 점도 있었다. 브런치에 올라와있는 수많은 글과 책을 읽을수록 직접 글을 쓰지 않았을 때보다 더 글귀, 어휘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어휘는 찾아보기도 하고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단어의 조합으로 새로운 느낌을 적어내려가는 글귀를 보면 무릎을 치며 감탄하기도 했다.


다만 문제는 내 욕심이었다. 브런치에 지원할 때만 해도 여타 SNS에 올리는 것과 같이 밝은 면, 좋은 면, 남들이 보기에 부러운 면만을 올리는 것이 아닌 내 안의 명암을 솔직하게 밝히고자 지원했던거였다. 조금 더 심도있고 깊이감 있게 내 경험을 풀어내고 그 안에서 나 또한 성찰하기를 바랐다. 그런데 벌써 글을 발행할 때 어떻게 하면 이목을 끌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고 스토리 타임라인에 올라와있는 글들과 나의 차이점은 무엇이고 부족한 점은 무엇인가 비교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구독자들을 보유한 작가님들의 글 앞에서 내 글을 한낱 일기장 혹은 떠도는 인터넷 소설과 같이 느껴져 점차 기가 죽었다. 애초에 또다시 비교하고 나를 깎아내리기 위해서 지원하고 글을 쓰기 시작하기로 했던게 아니건만. 길이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점차 글을 짧아지고 깊이감은 적어지는 것 같았다.


이건 아닌 거 같아서 이 글을 적어내리며 나의 글쓰기에 대해 고찰해본다.

내가 가진 명암을 밝히기. 브런치 지원 동기다.

최초의 목적으로 돌아가려면 어떤 글을 써야할까. 계속 이렇게 가도 좋을까. 생각이 많아지는 순간이다. 몇 안되는 구독자분과 라이크잇을 눌러주시는 분들이지만 그들이 최초 내게서 바랐던 글은 어떤 것이었을까.



이번 주말 생각의 주제는 이게 될 것 같고 답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불어 가장 큰 고민인 이번 편에도 용두사미로 끝나는 이 느낌을 좀 지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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