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로 온갖 것을 만들며 알게 된 것 - 혠작가
다양한 생성형 AI가 쏟아져 나와 이제 작곡, 그림, 글, 영상을 만들 때 기술이 없더라도 아이디어만 있으면 결과를 낼 수 있게 되었다. 단어 하나로 그럴듯한 창작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보니 생각과 현실 사이의 거리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마치 어떤 노력도 없이 어느 날 내 능력이 증강된 것 같다.
전에는 생성형 AI가 많은 콘텐츠를 쉽게 만들어서 일을 효율적으로 만들어주는 도구로 봤다. 하지만 여러 AI를 쓰면 쓸수록 다른 차원의 만족감을 발견했다. 작은 단상에서 시작할 수 있는 아무것도 없던 빈 화면에서 뭔가가 탄생하는 마법 같은 경험 - 창작은 노동의 경험에서 놀이에 경험에 한층 더 가까워졌다.
가장 큰 변화는 시작에 대한 부담이 사라진 것이다. 빈 종이 공포증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예전에는 빈 문서 앞에서 한참을 멍하니 있거나, 완벽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까지 미루거나 영감을 핑계로 딴 길로 새기 일쑤였다.
생성형 AI는 시작의 마찰을 놀랍도록 줄여준다. "이런 느낌의 곡을 만들고 싶어"라고 말하면 곧바로 작사작곡을 해주고, "이 주제로 글을 써보려 해"라고 하면 구조를 잡아 완성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일단 뭔가가 눈앞에 나타나니까 거기서부터 수정하고 발전시켜 나가면 된다.
물론 이렇게 받아 든 초안은 많은 공을 들여 연마해야 고유한 것이 되고, 비로소 완성된다.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미루어 생성형 AI는 그 특성상 이전에 없던 신박한 아이디어를 제공해주지는 못한다. 오히려 잘 다듬어진 식재료를 우리 앞에 정갈하게 늘어놓는 쪽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맞다. 이제 중요한 것은 안목과 센스다.
이렇게 제시된 여러 옵션을 취하고 조합하고 바꾸면서, 비로소 내가 만들려던 것이 무엇인지 뒤늦게 정확하게 알게 되는 경험도 자주 겪었다. 요컨대 생성형 AI는 창작 욕구를 일깨우고 자기표현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도구이다. 만드는 사람의 기쁨을 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게 해 준 셈이다.
생성형 AI는 어쩌면 소비를 위한 곳이 아니라 창작과 생성을 위한 서비스에 더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백명의 사람들이 자신을 위한 백개의 노래를 만들어 틀고, 나를 보여주는 이미지를 내 취향대로 제작하여 프로필에 내걸고, 아이들마다 자신의 동화를 들으며 잠들고, 그것들이 만나고 섞여서 또 새로운 무언가가 되는 세상. 매번 생성형 AI가 누구의 일자리를 없애서 누가 해고되는 그런 불안을 퍼뜨리기보다 일부러라도 이런 상상을 더 많이 하고 또 실현해가고 싶다.